그제는 충무로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다섯 명이 만날 거라 예상했는데 아홉 명. 내가 주선한 모임이 아니어서 어쩌다 보니 그리 되었는데 내게는 벅찬 인원이었다. 나온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지도 못했고 늦도록 있기 원하는 친구들의 바램을 채워주지도 못했으면서 나 자신도 힘들었다.
어제는 퇴근무렵 다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약이 있느냐고.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하는 선약이 있으니 다음에 보자고 했다. 연이틀은 무리다. 게다가 오늘도 모임이 있는데.
아무도 없는 집에 가서 혼자 맥주 한 캔 하면서 거절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편한시간~
오늘 모임은 중학교 밴드 첫 모임. 학교가 없어지는 바람에 밴드에 가입한 친구들이 몇 안된다. 초등, 고등이 100명이 훌쩍 넘는다면 당연히 중등도 그 정도가 되어야 맞는데 삼십명 정도 뿐이다. 그것도 내가 연락하는 친구들 포함해서. 오늘 열 명 정도 올 것 같은데 내가 만나는 친구들에게조차 오라고 권하지 않았다. 뭐든 천천히가 좋다. 그리고 같은 반 한 적이 없어 얼굴만 알고 잘 모르는 친구들을 미리 사귀는게 낫기도 하고. 방금 부산에 사는 친구가 출발한다고 연락이 왔다. 약속은 6시인데 부산에서 오고, 늦게 퇴근하는 친구들이 오면 8시, 9시가 되어야 다 모일 것 같다. 오늘 약속은 3시간짜리로 마음먹고 있는데 만나기도 전 예상만으로도 물건너간 얘기가 되버렸다. 그래도 가능한 일찍 끝내야지. 아니면 분위기 봐서 혼자 빠져나오던가.
갈수록 사람 만나는 게 힘들어진다. 아니 정확하게 만나면 한 테이블 이상의 인원을 만나는게 힘들다. 아예 30명 정도로 넘어가는 모임은 신경을 덜 써도 되고 먼저 빠져나올 수도 있어서 덜한데 애매하게 두 세 테이블이 힘들다. 전에는 친구들 만나는게 즐겁고 여럿이 만나면 왠지 들떠서 오버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한 주간에 약속이 두 개만 되어도 부담이 되고 은근 스트레스를 받는다. 성격이 변하는 것인지, 원래의 내 성격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갱년기 우울증세인지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뿐 아니라 체력으로도 확실히 딸린다. 어쩌면.. 바람직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토요일은 오랜만에 홍수, 춘희, 민숙이와 만난다. 민숙이가 중국으로 간 뒤로는 처음인데 벌써 세월이 꽤 흘렀다. 방학을 맞아 들어왔는데 한달 있다가 간다니 이번에 보면 한 번 더 볼 수 있으려나 어쩌려나. 교보문고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일찍 가서 책구경도 하고 P님이 줬는데 잊고 있었던 문화상품권 두 장도 소비해야겠다. 다행히 주말 낮이고 한 테이블이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