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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토요일

 

민숙이가 방학이라 잠시 한국에 다니러 왔다고 해서 넷이 약속을 잡았다. 찾아보니 민숙이 홍수와 같이 철원으로 탐조여행을 갔던 것은 2005년이었다. 그러니까 거의 10여년 만에 만난 것이다. 게다가 춘희는 민숙이와 만난지 20여년, 통화한지도 15년 가까이 되었다고 한다. 교보에서 홍수, 민숙, 나, 셋이 만났다가 홍수는 동료가 죽어 발인하는 날이라 노제보러 가고 춘희는 병원 진료받고 오는 바람에 춘희와 홍수는 만나지 못하고 남은 셋이 하루 종일을 같이 보냈다. 교보 스넥코너에서 차와 샌드위치를 먹고 홍수를 보내고 우리는 명동으로 이동, 춘희를 만나 다시 차 마시고 신세계에서 점심먹고 또 차 마시고 옛날 얘기하다가 갑자기 명동 금융골목에 있는 섞어찌개 얘기가 나와 거기가서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다.

 

집에서 나가서 집에 들어오기까지 꼬박 12시간. 일하는 것도 아니고 등산하는 것도 아니고 먹고 수다떠는 시간을 이렇게 보낸 적이 있나 싶다. 다행히 한 테이블 인원인데다가 워낙 오랜 친구들이라 편하게 보냈다. 문제는, 거의 종일을 시원한 곳에서 있다보니 나올 때 무릎이 아팠다. 이제 밖으로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면 반바지는 입지 말아야겠다. 더워서 시원한 것이 좋으면서도 몸이 차가워지면 컨디션이 나빠진다. 노화 현상인 것 같다. 노인들이 여름에도 칠부 소매에 긴 바지를 입는 것이 바로 이게 아닌가. -.-;;

 

몇년 전 춘희를 처음 만났을 때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늙어버린 춘희를 보고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민숙이가 많이 놀랐을거다. 나도 놀랐었는데 민숙인 춘희가 결혼한 즈음에 만났다가 애 셋 다 큰 다음에 만났으니. 춘희는 외모가 많이 변해서 놀랍지만 민숙이는 내면이 많이 변해서 놀랐다. 까칠한 민숙이가 많이 따뜻해졌다. 살면서 굴곡도 있었고 종교의 힘도 있을테고. 큰 굴곡 없이 밋밋하게 살았던 사람은 나 뿐인 것 같은데 어쨌든 다들 잘 살아와 지금의 모습이 좋다. 제일 걱정스러운 춘희가 스스로 암울한 시절은 다 지나갔다고 하니 이제 뭐 마음 편히 늙어갈 날만 남은 것이지. 민숙이가 짧으면 2년, 길면 6년 후에 한국으로 돌아오면 그때부터는 같이 주기적으로 만나고 놀러도 가고 그래야지.

 

민숙이 출국하기 전, 8월 2일에 한 번 더 보기로 하고 어제 밤에 홍수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너무 좋아한다. 8월 2일이 기대가 된다면서. 그날은 필히 긴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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