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집에서 푹 쉬라고 조언해준 친구는 남친이라. 남자들은 집에서 푹 쉴 수 있는지 모르지만 여자들이 집에서 푹 쉬는건 불가능. 어쨌든 밥 먹어야 하니 식사준비해야 하고 설겆이 해야 하고 눈에 띄는 집안 일, 못본 척하기도 어렵다.
공공도서관 열람실에 처박혀 종일 책이나 읽고 싶다는 바램에 남산도서관 정독도서관 검색만 하다가 낯선 곳에서 쭈뼛거릴 자신이 없어 포기. 공공도서관 열람실에 다녔던게 언제였던가. 수십년 전 얘기.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
연초에 했던 계획, 한 달에 두 번 서점가기가 거의 지켜지지 않는데 휴가에 한 번 가보자, 책 구경이나 하고 오자 싶어서 교보문고에 갔다. 방학에 휴가에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치여서 다닐 수가 없다. 아동도서 쪽은 더하다. 그림책이랑 영어소설책 좀 보고 싶었는데 와글와글와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쪽은 포기.
천천히 쉬엄쉬엄 뒤적거리며 읽고 싶은 책 몇 권 메모해왔다. 이북은 없을테고 종이책으로 사더라도 온라인에서 사야지. 지갑속에 문화상품권이 있는데도 메모해 오는 쪼잔함. 문화상품권은 영화볼 때 써야지.
별이가 잘 먹던 감자튀김을 사러 서촌으로 걸어가려다가 도저히 뜨거운 열기를 막아낼 자신이 없어 전철로 이동했다. 일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한 후에 이보 전진.. -.-;; 감자튀김과 치즈스틱을 포장해 달라고 하고 기다리는 동안 맥주 한 잔을 시켰다. 목이 마르기도 하고..
밖은 덥지만 전철은 너무 시원해서 오는동안 감자튀김이 다 식었다. 그래도 맛있게 별이와 함께 냠냠..
교보에 다녀온 사이에 도착한 택배. 덕소 형이 주말농장에서 수확했다고 보낸 옥수수 한 박스. 뽀나스로 따라온 아주많이 커다란 노각 세 개. ㅠㅠ 얼마 전에 감자 한 박스를 받았을 때처럼 난감했다. 이걸 어떻게 다 소비하냐.
옥수수는 바로 쪄야 한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어서 껍질을 벗기고 수염을 떼고 다듬어 씻어서 곰국용 솥과 그 다음으로 큰 남비에 가득가득 채워서 쪘다. 물붓고 뉴슈가 넣고 찌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는지. ㅠ 쉽게 생각한게 실수였다. 네이버 검색이라도 해 볼 것을.
지퍼팩에 담아서 냉동실의 반을 채우고 나머지는 그냥 놔뒀다가 안되겠어서 냉장고에도 넣어놨다. 엄마네 갈 시간도 없는데 쉴까 걱정된다. 별이아빠 옥수수 좋아하는 거야 알고 있었는데 별이도 나보다는 잘 먹는 것 같다. 딱딱하거나 말거나, 맛이 있거나 말거나 쪄서 정리하고 나니 마음은 가벼운데 남은 노각은 어쩌나...
' 열린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이서 (0) | 2014.08.04 |
---|---|
휴가 둘째날(끝날 -.-) (0) | 2014.08.04 |
뻔뻔 (0) | 2014.08.04 |
다시 일 년, 미경이.. (0) | 2014.07.29 |
간단벙개 2 (0) | 2014.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