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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넷이서

 

민숙이가 출국하기 전에 한 번 더 보자해서 잡은 약속. 홍수에게 연락해보니 노각 무침 좋아한댄다. 앗싸, 두통거리 해결!! 

 

백화점에서 점심먹고 시원한 데서 종일 있을 요량으로 백화점 쇼핑백에 노각을 담고 홈쇼핑에서 산 참존 기초화장품 세트와 엄마가 준, 나는 쓰지 않는 립글로스 세트, 파운데이션은 닥스 쇼핑백에 담았다. 춘희 줘야지. 자존심 상해하지는 않겠지. 그런 기미가 보이면 너는 딸이 셋이니 여자만 넷, 화장품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 그러면서 은근슬쩍 넘어가야지. 홍수랑 민숙이가 섭섭해 하지야 않겠지만 참존 에센스 하나씩!

 

백화점에 비닐봉다리 들고 돌아다니는게 당당하지 못한 나란 여자 못난 여자...

 

명동성당 앞 커피빈에 11시 도착, 병원 들러 늦는 춘희가 올 때까지 커피도 없이 이야기 시작. 춘희가 온 다음에야 커피와 조각케잌으로 목을 축이고 굶주린 춘희는 허기를 면하고.. 춘희, 결과가 안좋아서 5, 6일에 입원해서 조직검사를 한댄다. 우울한 소식. 무거운 짐을 처리하려고 거기에서 노각 쇼핑백은 홍수 주고 화장품 쇼핑백은 춘희 주고 나는 자유!

 

1시가 넘어서 신세계에서 점심먹고 차는 밖으로 나가서 하자는 홍수 말대로 나왔는데 건너편에 스벅. 나 스벅 불매 중이니 다른데로 가자고 하고 남산 케이블카 방향으로 걸어가 체인 아닌 커피전문점에 들어갔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6시쯤인가, 주인이 영업시간 끝났다는 소리에 거기에서 나왔다. 무슨 커피집이 6시까지만 영업을 하냐. 회사원들 상대도 아니고 주상복합쯤 되는 거 같던데.. 툴툴거리며 나와서 저녁을 먹기에는 배가 그득하고 그냥 헤어지기는 섭하고... 하야, 명동 증권빌딩 근처 오빠닭에서 치킨과 맥주를 시켰다. 춘희는 콜라, 나머지 셋은 그래도 맥주 마시는 흉내쯤은 낼 줄 안다. 한 잔 마시고 세상 술 혼자 마신 척 온 몸이 불타오르는 횽수. 그래도 취하지는 않는 거 같다. 경제적이니 좋은 점. 9시 30분이 넘어서야 나와서 민숙이가 다음에 나오면 만나기로 하고 춘희 광역버스 태워 보내고 전철타러 가서 헤어졌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춘희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얼마나 할 말이 많을까.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을 얘기들. 까칠했던 민숙이가 춘희를 깊이 위로해주는 걸 보면서 참 훈훈했다. 비행기 한 번도 못타봤다는 춘희 말에 막내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우리 넷이 제주도 여행가기로 했다. 어느 친구들을 만나든 여행얘기 안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정말 정말 꼭 꼭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속속들이 너무 잘 알아서, 엄마 아빠 형제들의 성격까지 다 파악할 정도로 잘 아는 친구들이라 흉허물이 없고 못할 말이 없다. 그리고 또 우리의 나이가 그렇다. 소탈하고 솔직한 친구들, 꾸밈없는 친구들.

 

사실 셋이 고 1 때 같은 반이어서 친한 거고 나는 춘희랑 2학년 때 같은 반이어서 춘희 덕에 민숙이랑 홍수랑 겨우 알게 된 건데 오히려 내가 더 한사람 한사람 친하고 연락책이다. 졸업하고 30여년 세월 속에 끊어졌다가 이어진 게 여러 차례인데 어떻게 나한테 연락이 됐는지.. 나도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애들은 또 나한테 고마워하고. 그러고 보니 나를 뺀 친구들은 다 굴곡있는 인생을 살았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헤어지면서 하는 말이, 이제는 연락 끊어질 이유가 없으니까 가끔씩 만나면서 늙어가자고. 늙어 할 일 없을 때는 더 자주 보자고.. 그래, 그래야지. 좋은 친구들...

 

 

 

(백화점 식당가에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에 우리만 탔다. 덕분에 인증샷! 춘희가 늙은게 맘 아프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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