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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별이의 귀가 그리고 일주일

 

 

 

 

 

지난 화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별이 마중을 나갔다.

일년, 12개월 예정으로 나갔다가 브라질 어학연수(라 쓰고 어학, 축구연수라 읽는다) 8개월을 마치고 아르헨티나에서 하기로 한 스페인어 연수는 들어와서 학원에 다니는 것이 낫겠다며 예상보다 일찍 들어왔다. 한국으로 나오기 바로 전에 뉴욕을 다녀와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시 30시간 이상을 비행기에 시달리니 애 꼴이 말이 아니다. 일주일이 되어가는 어제 아침에 하는 말이 아직도 4시간 이상 잠을 못잔댄다. 시간이 좀 필요한가보다. 체중은 나갈 때보다 5키로는 쪘다고 하는데 눈으로 봐서는 별로 찐 것 같지 않다. 살 쪄서 오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해서 그랬나 헬스도 다녔고 관리가 된 모양이다.

 

와서 제일 먼저 먹고 싶은 것이 쟁반짜장. 오랜만에 만나서 외식도 안하고 집으로 곧장 와서 시켜먹었다. 시켜먹는 중국음식, 믿지 못하겠어서 가서 먹자니 그 맛이 아니라나. 값싸고 질낮은 음식의 맛이 그리웠던 모양이라.

 

별이의 일정에 맞춰 나도 일년 코스의 공부를 시작한 터라 들어와서 좋긴 하지만 좀 버거워졌다. 고요하던 집안이 갑자기 분주해지고 널럴하던 집안도 갑자기 좁아지고 옹색해졌다. 별다르게 하는 것도 없고 식사준비를 제대로 해주는 것도 아니면서도 바쁘다. 일주일에 두어번이면 충분한 세탁을 매일 해야 하고 청소와 주방일도 별이가 온 후로 많아져서 일거다. 나름 제가 먹은 설겆이는 제가 하고 제가 먹을 찌개도 재료만 준비해놓으면 해 먹는데도 그렇다. 아직 저도 나도 적응이 덜 된 모양이다. 시간이 좀 흐르면 편해지겠지.

 

자식을 늦도록 끼고 사는 사는 종족은 인간 뿐이라고. 이제 별이를 독립시킬 때가 온 것 같다. 군대에 보냈을 때는 얼마나 힘들었던가. 어학연수는 군대와 달라서였는지 그닥 힘들지 않았다. 아니, 별이가 옆에 없는 동안 내게 너무나 많은 일들이 생기고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별이에게 신경이 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 더 맞는 말일거다. 상황들이 나를 별이에게서 독립하게 만든 것 같다.

 

섭섭한 일이 있었다. 별이가 돌아오면서 내게 줄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 물론 중간에 뭘 사갈까 묻기도 하고 향수를 사겠다는 말도 했었지만 나는 술과 향수를 빼고 가봐서 적당한 거 사오라 했더니 면세점에서 적당한 걸 못찾았다고 빈손으로 들어왔다. 섭섭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섭섭해지고 화가 나는거라. 잠깐 여행도 아니고 한두달 여행도 아니고 장장 8개월이나 긴 시간을 나가 있다 들어오면서. 나는 수시로 통장 잔액조회하고 돈떨어질까봐 송금하는데 온 신경을 다 썼건만!! 결국 별이에게 "네가 엄마 선물을 사오지 않아서 엄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화가난다"고 말했고 "16일에 일본갔다 올 때 빈손으로는 집에 들어올 생각을 말라"고 통보했다. 물론, 변명과 항변이 있었다. 엄마가 이거 저거 말하는 거 다 사지 말라고 하고 뭘 사냐고 물어도 정해주지도 않고 알아서 사오라고 했는데 가보니 살게 없어서 못산걸 어떻게 하느냐고. -.-+ 딸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돈이 없더라도 초콜렛이나 과자 혹은 손수건 한 장이라도, 아니면 귀여운 소품 하나라도 사들고 들어왔을텐데. 나도 다정다감한 자식은 아니지만 별이도 참... 다음에 제가 돈을 때는 품목을 정해주고 품명까지 정확하게 보내줘야겠다.

 

어쩌면 별이를 독립시킬 생각을 하는 이유가 내 선물을 사오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무쟈게 섭섭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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