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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아빠랑 얘기하고 싶어


아빠가 깊은 혼수에서 깨어난 것같은 분위기.

아빠는 맑고 평안한 얼굴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아빠~ 아빠~ 아빠랑 얘기하고 싶어"

내가 아빠한테 하는 말.

그리고 잠이 깨면서 울었다.

울다가 흐느낌에 잠이 깬 것이 아니고 깨면서 울었다.


설날 새벽아침.

꿈에서 아빠를 보았지만 꿈에서도 아빠랑 대화하지는 못했다.

돌아가시던 날도 말 한마디 못했는데...


아빠의 기일은 아니지만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나 큰 설날새벽.

어제 대.권.이와 아빠 소천 얘기를 해서 그랬나,

아니면 동생네로 설쇠러 가야 하는 부담 때문에 그랬나.

아니면 아빠가 보고 싶어서 그랬나,

아니면 아빠가 나를 보고 싶어하셨나.

잠이 깨도 다시 잠드는데는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금방 잠들거 같지 않아 일어나 앉았다.

제대로 꾼 꿈은 아니지만 잊고 싶지 않아서 기록을 해둔다.


어릴 때는 아빠는 위선자라고 속으로 흉을 보았다. 바깥 세상에서는 마음좋고 훌륭한 인격자로 인정받지만 집에서는 화내고 짜증내는 그런 위선자라고. 그래서 아빠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세월이 흘러서 나도 인생을 살아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대 후반쯤 부터일까. 그때부터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아빠를 이해할 수 있었고... 지금은 아빠의 해맑은 얼굴을 닮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법없어도 살 사람? 그 정도가 아니다. 아빠의 얼굴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얼굴이었다. 사람들이 누구나 감탄하는..


이제 몇시간 후면 창동 동생네 집으로 가서 설날 아침 추모예배를 드리고 함께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거다. 병약한 엄마와 작은엄마가 음식준비하는 것은 작은엄마한테 조금 미안하기는 하나 눈치가 보이지는 않았는데 동생네에서 하는 건 눈치주지 않는데도 눈치가 보인다. 동생도 동생댁도 마음 고약한 사람은 아닌데 제 식구 밥조차 제대로 해먹지 않고 대부분 사먹는 동생댁이 시댁 여러 어른들과 가족들의 두어끼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인지 짐작이 되기에. 식사 뿐인가 손님이 오면 대청소도 해야 하고 마음은 불편하고...


내 마음은 아빠 계실 때같은, 아니 할머니 살아계실 때같은 그런 명절을 보내고 싶다. 이제 작은 아빠들과 함께 하는 기회도 그리 많지 않을거라 생각하면 만남의 기회 하나 하나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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