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첫출근하고 퇴근 후에 영우를 만났고 오늘은 두번째 출근을 하고 집으로 곧바로 퇴근했다.
병동실습을 해서 맛을 본 상태라 병원 분위기와 분주함이 어떤지는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실습은 어차피 시간을 채우는 거라 심적 부담은 별로 없으나 괴로웠고 이제는 직장이 된 병원은 업무 파악에 대한 부담은 크나 괴롭지는 않다.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배워야 할 일이고 넘어야 할 산이고 쌓아야 할 시간이니까.
병동이 있으니 작은 병원은 아니고 역사도 오래되어 그 지역에서는 이름대면 다들 알고 있는 병원인데 수기 차트를 쓰고 있다. 흠.. 나는 워낙 큰 병원만 알고 실습했던 병원도 최근에 유행하는 병원, 최신을 자랑하는 병원이라서인지 모두 전자 차트를 쓰던데. 머, 내게는 유리한 상황일 수 있다. 기본을 배울 수 있으니까. 시스템에 의해 저절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수기를 통해 원리를 이해하고 기본부터 배우면 전자차트야 내가 컴으로 30년을 살아온 사람인데, 그 까짓것이지..
주사를 배우기 위해 모레부터는 데이근무에 들어간다. 주사가 거의 아침 일찍 들어가니까 데이에 나와야 주사를 놓을 수 있다면서 당분간 데이근무를 주로 하게 될거라고 한다. 3개월 미드근무라고 들었는데 내가 이해를 잘못 한 것 같다. 미드와 데이, 내가 늘상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므로 잘못 알아들었을 수 있겠다. 병원근무, 데이근무를 겨울부터 시작한다면 적응하기 더 힘들텐데 해가 일찍 뜨는 계절에 시작해서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것 같은 내 인생 2막이 어느 순간 아, 어떤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 나는 그분의 손에 이끌려 그분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얼마나 걸릴까. 내가 이 일에 도트기까지의 시간이. 라면을 끓일래도 시간이 필요한 거고 뱃속에 아이가 세상 빛을 보는 것도 정확한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은 다급하지만 내게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차곡차곡 쌓이는 시간이, 정직한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