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롯데백화점 갔다가 나오는 길, 노원역 입구에서 젊은 사람들이 손바닥에 한가득 올려놓고 나눠주는 리본을 하나 얻어왔다. 만 2년도 더 지난 이제야 들고다니는 가방에 리본을 달았다.
그 해가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었던 해가 될 것이다. 앞으로 그런 충격을 다시 받지는 않을테니. 나 뿐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세계, 내가 살아가는 사회도 그 충격의 영향이 없다고는 말 못할 걸.
기술의 발달로 죽어가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생생하게 전파를 타고, 구명조끼 입고 가지런히 기다리던 마지막 모습을 눈으로 볼 수가 있었으니 그것을 죽을 때까지 잊기는 어려울 것이다. 알게 모르게 내 인생, 내 생각, 내 태도에 깊숙하게 그 영향을 받고 있을 것이고.
세월호 사건이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순간도 없지만 꼭 일 년 후에 세월호 시위로 동생이 구속됨으로 인해 우리는 세월호 가족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먼 발치에서나 바라볼 뿐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하다못해 기억팔찌, 기억리본조차 지니지 않았는데 엊그제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영화를 보고 연달아 우연히 얻은 리본 하나 가방에 달면서 다시 그 때를 기억한다. 잊을 수도 없지만 절대로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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