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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별이 면회

2011. 5. 7. 토 새벽에는 비오더니 개고 날씨는 좋았다.

 

1. 출발

8시쯤 출발해서 8시 반에는 상계동 P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려고 했는데 조금 늦어져서 도착한 시간이 45분쯤. 첫 면회 때와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내 기억에 첫 면회 때는 미아역에서 별이 여친을 태운 시간이 7시 반쯤이었던 것 같았는데.. 그래도 P님의 차로 바꿔타고 움직이니 철원에 도착한 시간은 비슷했다.

별내쪽에서부터 진입해서 철원에 가기까지 새로 난 도로에는 차도 별로 없었고 P님이 중간에 다이너스티와 경쟁을 하는동안 170이상을 밟는 바람에 한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평소의 모습과 운전할 때의 모습이 다르다면 어떤 모습이 진짜 모습에 가까울까? 운전도 못하고 차도 없어서 늘 남의 차 신세를 져야 하는 나는 운전할 때 조금이라도 거친 모습을 보이는 차는 얻어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운전할 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동생 차는 (탈 일도 별로 없지만) 절대 타지 않고 몇몇 지인들 차는 피하게 되는데 P님은 내가 편하게 말을 하는 편이라 그러려니 하고 타고나서 잔소리를 하게 된다. -.-

와수리 가까이 주유소에서 P님이 부대 위치를 물어보는데 전혀 알지 못한다. 거기서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걸 나는 아는데. 경험은 소중한 것이지. 지난번에 면회왔을 때 와수리에 도착한 시간이 10시쯤, 부대를 찾은 시간이 11시쯤이었다. 와수리와 부대는 차로 5분거리. 군장품 가게도 지나가는 군인도 부대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어렵게 어렵게 찾아간 면회소에서 종일 있다보니 부대에서 치킨과 피자를 시켜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별이가 소속이 바뀌는 바람에 또다른 부대를 찾아가야 하는 이번 상황에서 그 피자집에 가서 물어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면회 때 잠깐 나와서 피자를 샀던 가게에 들러 물어보니 자세하게 약도까지 그려가며 가르쳐 준다. 그대로 찾아가니 맞다. 쉽게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얏호~! 별이 면회왔다고 하고 기다리니 곧 별이가 다른 군인이랑 손에 책을 잔뜩 들고 나온다. 그동안 보내준 책, 우리가 싣고 올 수 있게 챙겨나오라고 했더니 챙겨가지고 나왔다. 안그러면 따로 가지고 나오기 짐되어서 보나마나 그냥 놓고 나올 것이므로.

별이를 기다리는 동안 면회소 앞에 서 있는데 앞에 거의 다 지어진 듯한, 내부공사를 하는 듯한 새 건물이 보여 직업군인인 듯한 분에게 물어보았더니 8월부터 거기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건물처럼 큰 건물인데 생활관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는 모양이다. GOP에 또 들어간다고 해도 몇 개월이라도 그곳에서 생활하게 될 것 같다.

2. 함께

별이를 태우고 와수베가스라 불리는 와수리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별이는 와수리 쪽은 먹을 것도 없다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한다. 신철원 쪽은 이미 P님과 내가 몇 번 다녀봐서 알지만 오히려 와수리만 못할 것 같은데, 그래도 젊은 군인들이 북적대는 와수리가 나을 것 같은데 굳이 싫다고 한다. 그렇담 와수리를 지나 신교대 쪽으로 가보자 싶어서 와수리 방향으로 가는데 얼핏 고기집이 보였다고 P님이 차를 세우고 후진을 한다.

낯선 동네에서 아는 식당이 없으니 모험을 할 수밖에. 걱정스럽게 들어갔더니 모듬구이 600그람에 삼만 오천원이고 일인당 상차림이 삼천원이랜다. 600그람을 시키고 숯이 들어오고 불판이 오고. 구워서 먹어보니 맛이 아주 좋았다. 주인 아줌마 말로는 직접 소를 잡는다는데 매번 1등급이나 A등급이 나오는데 이번 고기는 A플러스라고. 다른 어느 식당에서 먹던 것보다 맛이 훨씬 좋아서 대만족이었다. 600그람으로는 당연히 부족해서 600그람을 더 시키고 나중에 밥도 두 공기 시키니 시골된장찌개가 나온다. 좀 짰지만 그것도 맛있고.

   


   


다들 배가 부르도록 먹고 나와 고석정에 가서 돗자리를 펴놓고 가지고 간 한라봉, 미니토마토를 먹으며 잠시 앉아 있다가 임꺽정 동상 쪽으로 가서 사진 찍고 아래 물이 흐르는 곳에는 내려가지 않고 내려다만 보았다. 날이 더워서 어디를 돌아다녀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고 그럴만한 곳도 없다. 대부분 군인들이 면회온 가족들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 같다.

  


3시에 동기들과 와수리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채근하는 넘 때문에 할 수 없이 와수리로 출발했다. 동기 하나가 부모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면박을 나와 혼자 피시방에 있는 모양이라. 자꾸 전화오니 우리도 혼자 있을 동기가 걸려서 오래 있지도 못하겠고. 정확하게 세시에 와수리 약속장소에 내려놓고 우리는 서울로 향했다.

3. 헤어지고

군 복무 절반을 지내고 나니, 첫 면회, 첫 휴가 모두 지나고 난 이제는 담담해졌다. 별로 걱정도 안되고 날도 춥지 않으니 안타까운 마음도 덜하다. P님이 용돈을 5만원을 주던데 그걸로 부족했던지 내게 돈을 좀 달라고 해서 주고 술 많이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처음에는 함께 생활하는 내무반 동기들이 같이 나와서 놀겠다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처음 배치받은 부대에 함께 있던 네 놈이 두 놈씩 두 놈씩 서로 다른 부대로 소속이 바뀌어서 헤어져 있다가 만나고 싶어서 면박 날짜를 맞춘 거였다. 별이가 친구로 선택한 놈들이니까 별이랑 어울릴 만한 친구일테고 그렇다면 우발적인 사고가 없다고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믿을 만했다. 나는 별이를 믿고 별이가 선택한 친구를 믿으니까.

헤어지면서 가고싶어하는 피씨방에나 가서 놀다가 피자나 치킨등 먹고 싶은 거 먹고 맥주 큐팩이나 사서 숙소에서 먹고 놀다 자라고 했다. 군인은 사람 아니라고. 술이 과하면 실수할 수 있다고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들었을지 먹었을지. 하하..

살은 먼저 봤을 때보다 더 찌지도 않고 더 빠지지도 않았지만 군대가기 전보다는 조금 말랐다. 얼굴은 새까맣게 타고. 제 말로는 고생하는 거 하나도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즐거운 인생길도 아닐테고. 그저 그런 고생도 경험해보고 견뎌보는 것이지. 10시에 취침, 6시에 기상한다니 그보다 더 좋은 습관이 어디 있을까. 다만 제대하면 사회가 그렇게 살게 만들어주지를 않는 것이 문제이지. 힘들더라도 좋은 경험들, 습관들은 몸에 배게 하고 보아하니 가끔씩 피우는 듯한 담배는 꼭 끊으라고 했다.

이제 8월 쯤에 GOP에 갈 것 같고 그 안에 한번쯤 면박이 될지도 모른다는데 그때는 펜션을 예약해서 하루 제대로 가서 쉬고 놀고 그래야겠다. 여름이니 슬리퍼랑 편한 옷 가지고 가서 옷 갈아입혀서 밥도 먹고 바람도 쐬고 그래야지. 다음 번에는 동기들이랑 면박하겠다고 그러지도 않겠지만 만약에 그런다면 면회가지 않겠다고 협박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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