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0일, 금요일 그날..
그날, 몇달 전만 같았으면 모임에 나갔을테지만 이제는별 특별한 행사가 없다면 나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으므로 당연히 모임에 나가지 않을 그날, 대권이가 왔다. 뭐 예정도 예감도 없었다. 대권이는 나를 만나서 같이 모임에 갈 생각으로 왔을 것이고 나는 커피나 한 잔 하고 모임에 가던가, 늦은 듯하므로 그냥 가던가, 아예 가지 않던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니.. 배고프니까 일단 저녁을 먹자고 시작했으므로 갈 생각은 접었던 것이겠지.
부대찌개 집에가서 저녁을 먹고 올드로 옮겨 수다를 떨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지난 모임에서 대충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고 그래서 그 얘기를 비켜갈 수는 없었다. 나는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 모임을 이름 그대로의 모임으로 받아들이고 예전의 그 감정은 마음에서 버렸다고 했는데 대권이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전에도 이미 느꼈지만 대권이는 여자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강하고 외곬수적인 내면이 있다. 그 친구는 내게 마음이 콩알같다고 했다.
태도를 정하는데에 사실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믿는가가 각자의 태도를 정하고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알게 되었다고 해도 생각을 바꾸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 스스로 제 마음에 정한대로 모든 것들을 갖다 붙이고 해석하는 것이지. 정치사회적인 분위기나 요즘 내가 속해 있는 곳의 분쟁이나 이 모임에서 불거진 문제들이 결국은 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사람은, 사람의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태도도 물론이고.
10시쯤에서야 합류한 정훈이와 둘이 내 마음을 콩알이라는 둥좁쌀이라는 둥 놀려가면서이야기를 나눴는데 사실은 모임의 이야기보다는 대권이의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했다. 가능하면 마음에서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정말 생각지 않게 대권이가 와서 좀 쓸쓸한 마음이 위로가 되었는데 (대권이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늘 바쁜 정훈이까지 함께 하게 되어서 참 기분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임에 갈 생각이었을 대권이를 내가 잡은 것은 아닐까, 아니 내가 분명 잡지는 않았지만 대권이가 스스로 잡힌 것은 아닐까 하는 불편한 마음이 조금은 있다.
"아아 님은 왔지만 나는 님을 잡지 아니하였습니다." (가장 최근에 외우고 있는 시가 '님의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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