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 (주)샘터사 / 210면
법정스님은 홀로 사는 사람이라서 홀로 사는 즐거움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세상에 올 때도 홀로 왔고 떠날 때도 홀로 떠난다. 가까운 사람끼리 가족으로 친구로 서로 어울려 살아도 결국은 홀로인 존재. 따로 또 같이의 비밀만 안다면 우리같은 보통의 사람들은 함께 사는 기쁨과 함께 홀로사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법정 스님은 산 속에서 홀로 자연을 벗삼아 나무를 심고 가꾸며 생명없는 것들과 대화하며 티비도 신문도 외면하고 살았으니 욕심 없이 살 수 있었을테고 욕심이 없으니 자족하고 행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처럼 사바세계의 우리 인생도 욕심을 버릴 수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럴 수만 있다면 산속에 사는 스님이 이룬 행복보다 훨씬 더 값지고 귀한 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욕심은 관계에서 나오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홀로 두지 못함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나자신 독립하지 못함으로 욕심이 생겨난다. 나 혼자라면 바램 없이 욕심 없이 허허로이 살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 뭔가 해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 또 어느새 스며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고 싶은 마음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놔줄 수 있다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바라봐줄 수만 있다면 욕심을 버릴 수 있을텐데. 그것이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는 방법이고 나를 위한 방법일지도 모르는데.
때때로 홀로 있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이지 못한 것은 근본적인 저 욕심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중에서 ------------------
1.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의 '무소의 뿔' 장에 나오는 구절인데 출가자가 처신해야 할 생활태도에 대해 말씀한 부처의 가르침이라 한다)
2.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라는 행성을 타고 해를 중심으로 우주 공간을 비행하고 있다. 이 기체에는 65억이 넘는 승객들이 타고 있다. 이 승객들 대부분이 미국식 생활에 물들어 지나치게 소비하고 함부로 내다버리고 마구잡이로 허물며 더럽히고 있기 때문에 이 비행기는 언제 폭발할 지 알 수 없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3.
'지금 이 세계는 가속도가 붙은 채 내리막길을 걷잡을 수 없이 달리고 있는 기차와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과연 그쪽으로 가야만 하는지 의심하면서도 안전하게 뛰어내릴 그 방법을 찾지 못해 불안에 떨면서 어쩔 수 없이 앉아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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