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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메모 41 - 남자들, 쓸쓸하다


 

남자들, 쓸쓸하다

 

박범신 산문집 / (주)도서출판 푸른숲 / 206면

 

2005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은 반 이상의 원고가 독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한 여성지에 연재되었던 글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약간의 특수성은 있을 듯하다.

쓸쓸한 남자들, 권력자로 키워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남자에 대한 변명에 대부분이 여자인 독자들은 심기가 불편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깊이 공감한다. 나는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에 둘러싸여 살고 있고 생산해 낸 하나밖에 없는 아이도 남자라서인지 남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후한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아직도 사회 구석구석에는 남녀간 불평등이 많이 남아 있고 고통받는 남자보다는 고통받는 여자들이 훨씬 많을테지만 실제로 살아가는 내 삶 속에서 보이는 것들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단순하고 진화하지 못한 남자들보다 예민한 감수성과 감각으로 무장한 똑부러진 여자들이 눈에 더 많이 띄이고 남자의 권력과 횡포에 억눌려 사는 여자보다는 여자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며 쥐어사는 남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렇게 보이는 건 오십이 가까운 내 나이와 특별히 뛰어나지도 심하게 어렵지도 않은 내 환경 탓일지도 모른다.

또 어려서부터, 아니 조부모 시절부터 일반적인 가정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던 우리 집안만의 문화와 환경 탓도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나는 남아선호사상이 별로 없는 조부모를 둔 덕에 남자 형제들과 차별을 받지 않고 키워졌고 집안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도 본인들이 원해서였든 아니든 딱잘라 구분되지 않은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렇게 자랐으므로 당연히 남편에게도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남편의 역할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그냥 남자와 여자가 아닌 같은 인간, 동료로 대했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가부장적인 문화가 붕괴되고 능력있는 여자들의 약진이 사회적으로 많아진시대. 어찌보면 여자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적응하고 스스로 진화해가고 있는데 남자들은 급작스런 변화속에서 길을 잃고 자신감을 잃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아들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야물딱진 아들의 여자친구를 보면서 한편으로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이것은 내 아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 시대의 흐름, 경향인 것 같다.)

남자라서, 여자라서 고통받거나 불이익 당하지 않는 세상, 서로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 메워가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 중에서 ---------------

1.

남성과 여성이기 이전에, 노인과 젊은이이기 이전에,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기 이전에, 그리고 또 부모와 자식이기 이전에, 아내와 남편이기 이전에, 우리는 모두 '인간'이며, 인간으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2.

필요한 것은 남자와 여자가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동류항으로 묶이면 서로 이해 못할 것이 없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든 남편과 아내의 관계든 간에 최종적으로 우리가 만나야 할 지점은 인간의 자리이다. '거울 앞에 돌아온 내 누님 같은 꽃'이 되어 만날 때, 그 눈물겹고도 따뜻한 자리에서 만날 때, 최종적으로 붙들어야 되는 이름은 인간 뿐이다. 인간의 얼굴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랑도 다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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