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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100904 - 바람쐬러 솔모로



 

2010. 9. 4 토 맑음

 

M이다니는 회사에서 주최하는 골프대회가 있는데 가서 구경도 하고 바람도 쐬고 점심이나 먹고 오자는 말에 그러마고 했다. 재작년에도 갔다 왔는데 어쩐 일인지 작년에는 그냥 넘어갔고 올해 또 가자고 하기에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고 해서.

M은 임원이 되고부터 골프를 시작했고 요즘 주말마다 골프 때문에 바쁘지만 우리나 P님은 골프...라 함은 낯선 세계의 일이고 골프장에 간다는 것도 좀 거북살스럽기는 하다. 게다가 M에게 준비할 게 뭐 있느냐 물었을 때 준비할 건 없고 편한 복장으로 오라고 하더니 청바지는 안된다는 얘기에 살짝 피곤해지기도 했다.

어쨌든 우리는 M이 우리가 별이 없이 쓸쓸하게 사는 것 같아 보여 데리고 나가 바람도 쐬고 밥이나 사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도모하는 일인줄 알고 있기 때문에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맙기도 한 일이었다.

아침 9시 20분에 우리집 앞에 와서 우리와 P님을 태우고 출발했는데 차가 엄청나게 밀린다. 몇 주째 주말마다 비가 와서 나들이 못했던 차와 벌초가는 차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 같다. 어렵게 돌아돌아 1시가 좀 넘어서 도착, 접수처에서 VIP패찰과 기념품인 모자, 우산을 받아 셔틀을 타고 들어갔다.

식사를 하려고 하니 진행측에서 제공하는 식사도 끝나고 지난번에 식사했던 그늘막에 가보니 거기도 식사가 안되고... 클럽하우스로 가서 점심을 시켰다. 그곳은 워커힐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던가? 김치도 맛있고 음식도 맛있다고 한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장마와 폭염 때문에 배추, 채소값이 많이 뛰어서 장보기가 겁난다는 뉴스에 대해 얘기가 나왔다. 요즘 배추 한 통에 육천원이라는데 한 통 사서 버무리면 한 달은 먹고 시금치 비싸다 해도 한 단 사면 며칠을 먹기 때문에 절대 비싼게 아니라면서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이해가 안간다는 지현엄마의 강력한 주장!!을 들었다. 흠.. 그런데 왜 우리엄마는 장보기가 겁난다고 할까?

시금치 한 단에 천 이백원할 때, 집었다 놨다 고민하다가 겨우 사는 사람이 한 단에 삼천원을 넘어가면 과연 집어들 수 있을까? 삼천원이라는 것이큰 금액이라서가 아니라도.. 하고 말했지만 이해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까 빠듯하게 한 달 한 달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물가가 뛰면 힘들거라는 건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은 풍족하고 여유있어서 어려움이 없다고 하더라도!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어쨌든 점심은 맛이 있었다. 워커힐에서 운영해서였는지 배가 고파서였는지는 잘 몰라도. 다시 셔틀을 타고 골프장 입구에 내려 걷는데 날씨가 얼마나 덥고 햇살이 따가운지.. 이런 더위에 땀흘리면서 이걸 놀이로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이 놀이가 얼마나 좋은 것일까.. 싶다. 정말로 좋은 사람도 있겠지.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런데 혹시 골프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스포츠라면?그래도?

M 얘기로는 지금 전국에 골프장이 200여개 되는데 200여개가 공사중이라 앞으로는 골프장이 배가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혹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이 뜻하는 바는? 골프보다는 펼쳐진 잔디밭과 나무그늘에 더 관심이 많은 우리를 시원한 스탠드가 마련되어 있다는 18홀로 M이 안내했다. 임시로 지어진 유리건물. 들어가려 하니 안내원이 길을 막는다. 아무나 못들어온다면서... 목에 걸고 있는 VIP 패찰덕에, 또 M은 직원이 아니라 임원이어서 겨우 들어갔는데-.- 출입문을 여니 시원한 공기가 살 것 같았다.

아무리 에어컨 빵빵하게 켜 놓아도 가건물이라 앉아 있으니 점점 더워진다. 앉아서 경기를 보자니 거참... 스트레스 많이 받는 운동이겠더라. 선수들인데도, 내 보기에도 쉬워보이는 데 못넣을 때가 있다. 그런 걸 지켜보자니 보기도 안타깝고 선수들의 표정에도 짜증이 묻어 있다. 서 너 팀 들어오는 거 보고 일어섰다. 가는 길 막힐테고 가다가 저녁도 먹어야 하니..

오는 길은 생각처럼 막히지 않았다. 오는 길에 여주고구마도 사고 개군농협에 들러서 지현엄마는 한우고기도 좀 사고 하드도 하나씩 사서 먹고.ㅎㅎ 중간에 저녁을 먹고 오려다가 저녁먹다가 차밀릴까봐 그냥 서울로 들어와서 상계동에서 감자탕을 먹었다.

내가 하계동 중국집에 가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는데 P님이 감자탕을 먹자고... 피곤한데다가 다음날 일찍 벌초하러 가야 하니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인 것 같았다.

M 부부의 배려가 고마워서 마음은 좀 불편해도 거절할 수 없었던 나들이.. 고맙다. 이날 뿐 아니라 다른 때도 늘.  그래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마음 먹는데도 참 미안하게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생각이많이 달라서일까?정치적인 견해, 사회적 경제적 위치...  우리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뭘까? 마음이 조금은 불편한 우리와 친구도 인맥도 많아 바쁠 M 부부는 무엇 때문에 이 관계를 굳이 유지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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