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가 화요일 입대한 306보충대에 자대배치 전산추첨하는데 참관하러 갔다 왔다. 제목은 거창하지만 실제로는 별이 얼굴 한 번 볼 수 있을까 하고 혹시나 하는 기대로 추첨하는데 가 본 것이다. 똘똘한 여자친구를 둔 덕에 아무나 가기만 하면 참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오늘 아침 미아역에서 별이아빠랑 셋이 만나 택시를 타고 보충대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쯤. 면회소에서 한참을 대기하니 군인들이 나와서 난수번호 부를 사람을 찾는다. 학교다닐 때는 손들고 발표한 적 별로 없던 소심한 내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걸 하면 별이가 날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그러나 원하는 이들이 많아서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졌다. -.-
아, 이천명이 넘는다는 똑같이 생긴 넘들 중에 어떻게 내 자식을 찾아낼꼬 염려를 하니 별이 여자친구 정이가 셋이 영역을 삼등분해서 찾아보자고 하는데 별이아빠 왈 "난 그래도 별이가 내 눈에 띌 거 같은데..." 한다. 그게 가능할까?
시간이 되어 입대한 아이들 이천여 명이 모여 앉아 있는 강당에 부모와 여친들이 대부분인 참관단이 들어갔다. '맨 앞에 들어가면 못볼 수 있으니까 중간쯤에 서서 들어가면서 앞사람과 시간을 조금 두고 들어가자.' 머리를 있는대로 굴리면서 들어갔다. 보는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아아.. 들어가보니 정말 똑같은 넘들이 강당에 꽉 차 앉아 있는데 저기서 무슨 수로 별이를 찾을꼬 싶다.
혹시나 하고 들고간 별이의 커다란 한지부채를 펼쳐서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수를 썼더니 제재가 들어온다.-.- 설명을 듣는둥 마는둥 시선은 아이들을 쫒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 모를 지경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조금 지난 후에 별이 아빠가 별이를 발견했단다. 말하는대로 보니 참관단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별이가 앉아 있다. 모자를 벗고.. 아, 알고나서 보니 내 아들 얼굴만 눈에 가득 들어온다. 안경은 쓰고 갔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는데 군복입은, 모자는 썼다 벗었다 하는 그 모습이 영락없는 초등학교 때 별이 모습이다. 반가움과 울컥하는 듯한 별이의 웃는 모습이 서럽다.
손가락으로 허공에 뭐라뭐라 쓰는데 도대체 무슨 소린지.. 너무 멀리 떨어져서 알아들을 수가, 알아볼 수가없는데 한참을 지난 후에야 정이 말이 JSA에 지원했다고 하는 것 같단다. JSA? 거기가 어디야?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판문점? ㅠㅠ 이건 또 뭔 소린가.
시간이 되어 곧 군인쪽에 몇명과 참관인측 몇명이 난수번호를 부르고 나서 컴퓨터 배치를 시작했다. 배치결과가 나오고 순서가 모두 끝난 후 아이들을 한 소대씩 들여보낸다. 뒤쪽에 있던 별이도 세 번째로 들어가는데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모습이 마음아프다.
참관인들은 따로 불러서 아이의 배치부대를 알려주는데 별이는 3사단, 백골부대, 306보충대에서는 제일 기피하는 사단으로 배치받았다. 그러니까 JSA에 지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3사단으로 가게 된 거였다. 별이는 나중에야 지원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을 했을 것이다. 정이 말로는 JSA에 친구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원했을까?
보충대에 가서 참관하고 참관하면서 쉽게 별이를 찾아내고 얼굴도 보고 쪽지도 써서 전달해서 다행이라 생각했고 군복입은 모습과 얼굴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는데 막상 아이를 들여보내고 셋이 갔다가 별이만 두고 우리만 돌아오려고 하니 마음이 안좋았다. 그리고 하루가 다 지나는 저녁시간이 되고 밤이 되니 별이를 보고 온 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싶고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별이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생각지도 못했는데 엄마아빠와 여친을 보게 된 반가움과 아쉬움이 함께 뒤섞인 표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