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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재혼예식

지난 주말에는 성종남의 재혼예식에 다녀왔다.

지금 따져보니 성형이 혼자된 것이 6년 쯤 된 것 같다. 나는 그의 아내를 유방암으로 투병중일 때 만났기 때문에 특별히 가깝게 지내지는 못했지만 얘기는 좀 했었던 기억이 난다. 성형 부부는 동갑내기였고, 키크고 늘씬한데다가 젊어보이고 잘생기기까지 한 성형과는 달리 아내는 나이보다 너댓살은 더 들어보이는 펑퍼짐한 아짐이었다. 아내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실에 같이 입원한 사람들이 퇴근하고 수발하러 온 성형을 아들로 본 적이 있었던 것 때문에 많이 속상해 했었다. 암투병 중일 때였으니 더 심하게 차이가 나 보였을 것이다. 그래도 성형은 아내를 많이 사랑했을 것이고 아내가 돌아가기 얼마전에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마지막을 함께 있고자 했었다.

아내가 세상을 등졌을 때 아이들은 대충 큰 상태였다.작은애가 고등학생이었으리라. 돌아간 사람은 돌아갔지만 산 사람들은 살게 되어 있다. 성인이 되었지만 철없는 딸과 고등학생 아들, 그리고 성형. 내가 보기에 그들의 생활은 무질서해 보였고 살림도 갑갑해 보였다. 매주말마다 한번씩 장 보고, 한 주간 먹을 준비를 해 놓고 주중에는 준비해 놓은 것을 먹으라는 등 오지랍도 넓게 조언도 하고 장보기라도 좀 도와줄까 생각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한 해 두 해 지나가니 젊은 사람이 혼자라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느 해 8월 15일에 몇몇 사람이 가까운데 나가 점심을 같이 먹고 차를 마시면서 성형 재혼추진위원회를 결성하자는 등 농담반 진담반 재혼얘기를 한 적도 있다.주변에 혼자인 친구를 떠올려보다가 성형 상황이 녹록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직장도 튼튼하지 않아서 생각을 접은 적도 있었다. 재혼은 그렇게 힘들게 느껴졌다. 초혼은 사랑만 가지고도 무모하게 시작할 수 있지만 재혼은 조건과 상황이 더 크게 작용한다, 확실히. 물불가리지 않는 사랑을 하는 나이도 아니고.

그 후 몇번 누군가를 만난다는 얘기도 듣고 때때로 퇴근길, 운동삼아 걸어가는 도중에 우연히 데이트하는 성형을 만난 적도 있었는데 상황이 쉽지 않아서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성형이 성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그 길이 힘드니 함께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흘렀는데 얼마 전에 성형이 재혼할거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고 오래지나지 않아 결혼날짜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메시지를 보냈더니 전화가 왔다. 쑥스러워서 연락을 못했는데 어떻게 알았느냐고. 우리에게 청첩하지 않은 것이 조금 섭섭했는데 듣고보니 이해가 가는 얘기였다.

결혼식은 교회에서 치러졌다. 대예배당은 아니고 예배도 드리고 여러 행사도 하는 중예배당에서 교인과 친지와 친구들이 함께 했다. 이 자리에 신랑은 양복을 신부는 한복을 입었는데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것보다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양측은 아들 하나 딸 하나씩을 두어 네 남매가 되었는데 신부의 딸이 신랑의 팔짱을 끼고 입장을, 신부는자기 아들의 팔짱을 끼고 입장을 하고, 네 남매가 같이 축가도 부르고, 새가정 행진할 때는 신랑신부 뒤에 신랑의 아들과 신부의 딸, 신랑의 딸과 신부의 아들이 뒤따라 행진하는 진풍경도 연출을 했다. 재혼예식을 처음 봤는데 보기 좋았다. 아마 재혼예식을 한다면 다들 이런 식으로 하는 모양이다.

신부의 아들, 딸이 더 나이가 많고 신랑의 딸, 아들 순이었는데 장자가 된 신부의 아들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막내인 신랑의 아들이 얼마전에 제대를 했으니 아이들이 다 커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이아빠는 장성한 아이 넷을 출가시키려면 성형이 허리가 휘겠구나 하고 말하지만 나는 다 큰 자식, 형편대로 하는거지 뭐 어쩌겠어 하고 대꾸했는데 남 일이라 쉽게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겠나. 성형이 지금 현재 경제적으로 안정된 것도 아니고 미래가 보장된 것도 아니니 형편따라 할 수밖에. 그래서 재혼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아니 솔직히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예상과 다르게 마음 좋아보이는 여자와 사랑을 시작해서 재혼을 하니 정말정말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원없이 축복해주었다. 그렇게 사람의 일은 사람의 계산대로 움직여지는 것만은 아닌 것이리라. 이들의 결혼에 이들이 믿는 신의 섭리가 분명히 있음이느껴졌다.

이 부부가, 여섯 가족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행복하게 살아 재혼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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