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시 반 기상
모처럼 시골에서의 새벽을 맞고 싶어서 더 일찍 일어나고 싶었는데 지난밤 술이 과-.-했는지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씻고 나와서 밖에 나가보니 모를 내려는지 모판이 논 가에 있다. 어제 내려오면서 볼 때 대부분 모내기 전이고 비닐하우스 안에 모가 자라고 있었다.
한바퀴 돌아보고 들어와 별이아빠, 별이를 깨웠다. 별이는 일어날 생각을 전혀 안하고...-.-
별수 없이 별이는 자도록 두고 둘이 안면자연휴양림에 다녀오자고 하고 시간만 되면 의무처럼 먹게 되는 아침을 준비했다. 시간은 아깝지만 안먹을 수는 없고. 전날 휴게실에서 사서 먹지 않은 호두과자와 청견오렌지, 커피로 아침을 대신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
내 기억, 짐작에 펜션에서 휴양림까지 20여분 걸으면 될 것 같았는데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대충 맞았다. 8시 30분 휴양림 앞 도착. 9시부터 관람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입장권을 팔고 있었고 천원짜리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보니 안면도를 길게 가르는 도로의 이편과 저편으로 휴양림과 수목원이 나뉘어져 있었다. 수목원에 가고 싶었지만 지도를 잘못 이해한 덕에 휴양림으로 들어섰다가 잘못된 것을 알고 돌아나오는데 깃털 듬성듬성 빠진 공작새가 꼬리를 펼치고 있어서 가까이 갔더니 옆에 원앙새도 보인다.
다시 매표소 근처로 나와 도로를 가로지르는 지하통로를 지나 수목원으로 갔다. 아, 참 잘왔다. 휴양림보다는 수목원이 훨씬 더 아기자기하고 볼 것도 많았다. 아직 피지 않은 꽃들도 있지만 진 꽃들도 많아서 대체로 꽃은 많지 않았는데 쉽게 볼 수 없는 나무들이 제각기 이름표를 달고 서 있었다.
책에서만 읽어서 어떻게 생긴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나무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꽝꽝나무, 산딸기나무의 오타인줄 알았던 산딸나무, 실제로 본 건 처음인 듯한 동백나무, 이정표를 보고 반가워했던 방향수원은 중간에 이정표가 없어지는 바람에 찾지 못하고 각종 소나무류를 지나 안면도 자생수원, 유리온실안에 있는 양치식물, 아산원까지만 봤다.
철쭉원, 생태습지원, 야생화원, 약용수원, 식용수원, 만병초원 등등 보지 못한 부분은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체크아웃 전에 라면과 밥을 먹기로 했으니 시간에 맞춰서 펜션으로 돌아갔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온전히 하루를 수목원에서 보내도 될 것 같다.
수목원으로 걸어갈 때는 이른 아침이라 차가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수목원에서 펜션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영목항쪽 차도가 꽉 막혀 있다. 성질 급한 차들은 유턴을 해서 안면쪽으로 돌아간다.
엉성한 아침식사, 알뜰하게 먹은 여행
펜션에 돌아오니 별이는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씻지도 않고 있다. 라면 두 개 끓인 것과 밥 한 그릇, 김치 200그람으로 셋이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끼니를 해결했다. 사가지고 온 것 중에 남은 것은 별로 없다. 음식남는 거 싫어하는 나, 이번 여행 아주 맘에 들었다.
체크아웃시간까지 버티기
아점을 먹고 난 후 별이는 씻고 나는 설겆이 하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가는 길에 어딜 좀 더 돌아볼까 싶었는데 별이가 버틴다. 늦게 일어났으니 늦을 수밖에. 별이는 보통 나가기 두 시간 전에 일어나서 뭘 먹든 안먹든 화장실을 두 세 번 갔다 와야 나갈 수 있는데 그 시간이 대략 두 시간 가량 걸린다. 결국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서야 펜션을 나설 수 있었다.
왕복차선이 모두 주차장, 탁월한 선택
펜션을 나서니 수목원에서 돌아올 때와는 또 다르게 이번에는 양방향 모두 차가 꽉 찬 것이 완전 주차장이다. 택시를 부르려니 펜션 주인 얘기가 불러도 이렇게 막혀 있어서 올 수 없으니 슬슬 걸어가라고 한다. 자기 걸음으로 20분쯤 걸린다고.. 우리야 걷는 거 좋아하지만 별이넘이 문제인데 저도 길을 보니 걷는 수밖에 없다 싶었는지 군말없이 따라 걷는다.
차가 빠를까 우리가 걷는게 빠를까.. 생각하면서 걸을 정도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차가 빠르긴 빠르더라. 안면터미널까지 정확하게 25분 걸렸다. 걸을만한 거리, 2.3킬로미터. 방포항까지 거리도, 꽃지해수욕장까지의 거리도, 안면휴양림까지의 거리도, 안면버스터미널까지의 거리도 모두 걸어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펜션, 나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전날 배고픈 상태에서 방포항 갈 때만 택시를 탔고 모두 걸어서 다닌 유유자적 여행.
임시버스에 당겨타기
딱히 어디를 가볼 상황도 아니고 시간도 애매해서 예매한 버스는 1시 30분 차였지만 12시 40분에 출발하는 임시버스, 남부터미널까지 중간 경유지 없는 버스를 탔다.
돌아오는버스 안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별이와 내가 같이 앉고 별이아빠가 통로 옆 좌석에 앉았다. 별이가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기에 이어폰 한쪽을 달라고 했더니 "엄마는 잘 모르는 노랠텐데?" 하면서 준다. 들어보니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하는 가슴 서늘한 노래. 이어지는 노래들도..
별이 마음이 슬픔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았다. 더 듣지 못하고 이어폰 한쪽을 돌려줬다. 그럴 때 있겠지. 그러면서 자라는 거겠지...
in Seoul
3시간만에 도착!!
좀 일찍 출발해서일 수도 있고 또 기사아저씨가 경유지 없으니 안막히는 길로 마구 달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혹시 버스 트렁크에 날개가 있어서 그 날개를 펴고 날아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너도 자도 나도 자고 우리 모두 잠든 취침버스라 기사아저씨 외에는 아무도 알 수가 없으니...
여행, 재밌었어?
여행 재밌었냐고? 여행길이나 인생길이나~ 헤헤
나중에도 궁금할꺼야. 그때 그 여행이 재밌었던가?
가끔씩 기억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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