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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재미

어제 우연히 생로병사의 비밀을 보게 되었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편하니까.

그런데 계단을 피아노처럼 꾸미고 소리도 나게 만들어 놓으니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올라 간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재미를 찾는 모양이다.

그 프로그램은 인생을 재미있게 살라고 한다.

재미있어야 즐겁고도파민, 세로토닌, 엔돌핀이 분비되어스트레스 지수는 낮아지고 행복감을 느끼게된다고.

재밌게 다이어트를 한 그룹과 일반 다이어트를 한 그룹을 비교했을 때

재밌게 다이어트 한 그룹은 훨씬 많은 감량을 했고 일반 다이어트 그룹은 효과가 적거나 중도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암에 걸렸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춤을 추면서 즐겁게 사는 사람도 보았다.

돌이켜 보면 재미, 즐거움에 대한 얘기는 그리 오래 전부터 있어온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열심히 공부하거나일해서 보람도 느끼고 보상도 받을 수 있던 시절에는열심히 살자,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많이 했다.

내가 젊을 때(!) 친구들을 만나거나 선배들을 만나면 늘 헤어질 때는열심히 살자!!는 말을 하곤 했다.

재밌게 살자, 즐겁게 살자... 뭐 이런 류의 말을 한 기억은 없다.

그랬는데 지금은 열심히 해도 최선을 다해도 살기 힘든 세상,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대가 되고보니

그래서처지고 생기도 잃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으로 삶을 이어가다보니

작은 것이라도 활력소가 될재미있는 것을 찾아야 하는 절박함이 생긴 것일까.

앞서 피아노 계단 실험을보면 즐거움,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본능인 것 같다.

그런데도 과거에 재미, 즐거움, 놀이, 농담... 이런 것들을 멀리하고 살아온 것이다.

늘 뭔가 엄숙하고, 심각하고, 룰에 얽매이고, 옳고 그름을 꼭 가려야만 했던...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막연하게 추측한다면 내 종교가 나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독교가 경직된 종교여서가 아니라 진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까 잘못 받아들여서.

예수님은 분명히 우리가 자유롭기를 원하는데,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했는데

그 진리를 믿는다 하면서 자유하지 못하고 묶여있는 느낌...

정말 선하게 생각을 하고 그 생각한 것이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선행으로 배어나와야 하는데

사람은 근본적으로 악하단 말이지.

바탕은 악한데의무감, 강박감을 가지고 선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마음은 강직이 되었다고 할까.

언젠가 이런 비슷한 얘기를 미연이랑 했던 것 같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기준을 한껏 높여 놓고자신이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고 사는 모습.

기준을 낮추면 마음의 부담은 덜할텐데 나를 가르치는 신의 기준이 높으므로 그 기준을 낮추지도 못한다.

그래서 늘 선한 축에 끼어 살면서정말 선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영)악하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하고온전히 경건하지도 못한 얼치기로 사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라고.

내속에 품은 뜻과 보여지는 내 모습이 달라서 늘 갈등하고 괴로워하면서 사는 것이 우리 모습이라고 얘기한 기억이 난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그 맥락에서 죄악시 했다고 할까.

습관적으로하나님의 나라, 천국은 미래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실상 하나님의 나라는 지금(!) 내 마음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때문에 미래를 위해 현재를저당잡혀 사는 것보다는현재를 중요하게 여기며 사는 것이지극히 맞다.

이제 나는나사를 조금 풀어야겠다.

기대치가 높아서전쟁터 같은 마음 한켠에 재미를 들여놓아야겠다.

재미있는 일도 찾고 닿을 수 없는 기준도조금 낮추고 긴장도 조금 늦추고 그렇게 조금 편안하게 살아야겠다.

내 실수도 용서하고 내 부족함을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여야지.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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