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낙구(<부동산 계급사회> 저자)의
부자는 신나게 투표장을 향한다를 읽고...
얼마나 크고 비싼 집에 사는지가 한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손낙구 씨가 서울, 경기, 인천의 1000여 동네를 분석해
'부동산 계급'의 실체를 증명한 글이 모 주간지에 실렸다.
삼척동자라도 감으로 추측할 수 있는 명제를 공개된 통계를 가지고 전문적으로 분석한 이글은
결론부분에 이렇게 쓰고 있다.
투표를 가장 많이 한 10개 동네는 85%가 집을 소유하고 있고 그중 14%는 두 채 이상 소유하고 있다.
또한 98%가 아파트에 산다. (반)지하 등에 살거나 '나 홀로 사는' 가구는 각각 1%와 5%에 불과하다.
반면 투표를 가장 적게 한 10개 동네는 무주택자가 74%에 달하고 다주택자는 3%에 그치며 76%가 단독주택에 산다.
(반)지하 등에 살거나 '나 홀로 사는 가구'는 각각 17%와 43%에 달한다.
결국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계급이 열심히 투표에 참여해 주로 한나라당을 찍는 데 비해
'집도 절도 없이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한나라당을 잘 찍지도 않고 투표장에 열심히 가지도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부유층들은 투표를 열심히 하는데
왜 가난한 이들은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일까.
많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부동산 문제와 연관해서는 국민이 이사를 너무 많이 다닌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전체 국민 기준으로 55%가, 셋방 사는 국민 기준으로는 80%가 한 집에 5년이상 살지 않고 있다.
특히 셋방 사는 가구 중 절반 이상은 최소 2년에 한 번 이사를 다닌다.
2년에 한 번씩 떠돌며 사는 것 자체가 고역이지만, 투표 참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에서는 현재 살고 있는 동네는 '우리 동네'가 아니라 곧 떠나야 할 곳일 뿐이다.
특히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총선조차 지역 발전을 내건 지역선거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셋방을 떠도는 가난한 사람들로서는 투표장에 가야 할 이유가 약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는 어느 정당도, 집 없이 셋방에 살거나 혼자 살거나 심지어 (반)지하나 비닐집에 살아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진정으로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이들이 투표를 아예 포기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정치 의사를 표현하는 것 아니냐 하는 점이다.
흔한 말로 '그놈이 그놈인데 뭣 하러 투표를 하나'는 정서인 것이다.
문제는 국민이 아니라 투표할 이유 자체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정치에 있는 것이다.
후략..
이 글은 가난한 이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이유를 이상과 같이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하고 있는데
나는 이 설명과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먼저 가난한 이들이 이사를 자주하기 때문에 지역선거 성격이 강한 요즘의 선거에서 투표장에 갈 이유가 약하다는 지적은
조금 잘못 파악하는게 아닌가 싶다.
가난해서 이사를 다니기는 해도 사는 곳을 멀리 떠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학교를 전학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멀리 가려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또 연세가 높은 분들은 자기가 살던 터전을 떠나 멀리 가는 것이 심리적으로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자들이 이사할 때에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비해 가난한이들이 이사할 때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작을 것이고.
그래서 첫번째 이유는 내게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두번째 이유는공감이 간다.
부자는 자기가 행사하는 투표권의 영향력에 대해 알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반면
가난한 이들은 그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부자보다는 가난한 이들이 당연히 교육도 적게 받았을 것이고
정보가 중요한 시대에 살면서 정보습득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되었을 것이다.
하루하루 살기도 힘들고 온통 신경은 먹고사는 문제에 붙들려 있는데
누구를 찍어야 할 지 어느 당을 찍어야 할 지 고민할 겨를조차 없을 수 있다.
투표일이 임시공휴일이 된다 해도 쉬지 못하는 사람에는 부자보다 가난한 이들이 많을 것이고
자신의 표를 행사하지 않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모를 수 있는데가르쳐 주는 사람도없다.
투표를 아예 포기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사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모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누군가가 깨우쳐줘야 하는데 그 역할을 부자들이 할 리도 없고
부자와 한통속인 권력이나 언론이 할 리도 없다.
결국 양심적인 지식인이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게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지식인은 사라지고 전문가집단만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어서
이 글을 읽으며 또한번 암담함을 느꼈다.
잡지를 집어 치웠는데요즘 읽는 책에서 딱 맞는 구절을 찾아냈다.
무엇보다 국민이 깨어나야 합니다.
내가 미디어, 학교, 지배계급의 문화에 반대하며 민중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여론의 압력이 더해질 때는 어떤 일이라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중 보이지 않는 세력이경제를 지배한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