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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반성도, 계획도 못했지만..

연말연시, 반성도 계획도 못했지만 그래도 새해 새로 시작 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침 청소.

별이아빠가 우리 삼실에 와 보고는 '도대체 이렇게 지저분한 사무실로 친구들을, 그것도 남자친구들을 오라 할 수 있는가'고 말할 정도로 우리 사무실은 지저분하다. -.- 변명을 해보자면 열 평이 채 안될 듯한 사무실을 사용한 지가 15년이 훌쩍 넘어섰기 때문에 조금씩 조금씩 쌓인 짐들이 한쪽에 산을 이루다시피 하고 있어 당연히 공간도 점점 좁아지고 청소하기도 귀찮아진 탓이다. 쌓여 있는 짐들은 대부분 납품하고 남은 인쇄물이라 나중에 쓰일 수도 안쓰일 수도 있는 것들이어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버려도 좋을것들이지만 그 물건들의 주인이고 이 사무실의 주인인 P님은 무엇 하나 함부로 버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버리려면 대대적인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귀찮은 모양이고.. 상황이 그렇다는 핑계로 청소를 하지 않고 지내다가 호랑이가 새끼쳐서 나갈 정도가 될 즈음에 한 번씩 청소를 했다. 그랬는데..

올해부터 아침마다 청소를 한다. 청소기? 짐이 많아 걸리적거려 끌고 다닐 수가 없다. 그냥 비와 쓰레받이로 쓸어내고 대걸레? 그것도 힘들고 걸리적거려서 쓰지 않고 손걸레로 바닥을 훔쳐낸다. 며칠 그랬더니 지저분한 짐은 지저분한대로 쌓여 있어도 조금 깨끗한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내 기분은 좋다. 다만 그것도 일이라고 엄지손가락 아래의 손목이 아프고 허벅지가 땡긴다. 손목이 아픈 이유는 빗자루질이 힘들어서 일거고 허벅지가 땡기는 건 쭈그리고 앉아 걸레질한 탓일게다. 허벅지가 땡기는 건 운동이 되어서인 것 같아 괜찮은데 손목이 아픈게 좀 신경이 쓰인다. 원래부터 손과 손목은 내 취약한 부분이라.. -.-;;

또 하나 시작 한 것은 시 외우기

나이먹으니까 정서적인 공감은 잘 되지만 어린시절의 감수성이 무뎌지는 것 같아서 시를 읽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시작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컴퓨터, 인터넷이 생활과 생각에 깊숙히 영향을 미치면서 외우는 것을 등한히 하다보니 뭘 외우는게 쉽지 않아서이왕이면 시를 외우면 이래저래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 스마트폰에서 보려고 산 시집 두 권을 진즉에 다 읽고 올해부터 출근길 지하철에서 시 외우기를 시작했다. 이제 일주일이 지났는데 여섯 편의 시를 외웠다. 서시, 목마와 숙녀, 바위, 바다와 나비,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행복, 시편 23편까지. 이중에는 학교다닐 때 외웠으나 조금씩 잊어버린 시도 있고 처음 읽은 시도 있다. 외우는 것에 대한 두려음이 있었는데 일주일 지나고 보니 두려움이 좀 줄어들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잊으므로 외운 것을 매일 한번씩은 외워주어야 할 것 같다. 언젠가 티비에서 한시를 줄줄이 외우는 사람을 봤는데 외우다 보면 점점 더 잘 외워지는 게 아닐까. 나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하.

쓰고 보니 두가지가 상통하는 부분이 있구나 싶다. 청소는 주변을 깨끗하게 해 주는 것이고 시 외우기는 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새로 시작한 것 두 가지는 조금만 신경쓰면 지속할 수 있는 것일게다. 꾸준히 올 한 해 지속해서 내 안팍을 청결하고 맑게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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