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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편지를 쓰고..

별이가 보내달라는 것들이 있었다. 영우에게 얘기했더니 우리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군생활이라고 한다. 그렇겠지. 지금의 군인아이들은 참 유복하고 풍족하며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옛날에 비해서. 옛날에는 배고팠고 힘들었고 고단했을텐데. 그러나 그 시대에는 군대 아니라 집에서 살았어도 군대만큼은 아니지만 배고팠을 것이고 추웠을 것이고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모든 것이 여유롭고 풍족해졌고 편리해진 것이고 그와 비례해서 군대도 편해졌을 것이다. 내 윗 세대들과 내 친구들의 힘들었던 군생활에 연민을 보낸다. 하하..

보내달라는 것들을 어제 오늘 쇼핑해서 위문품 박스를 큼지막하게 만들었다. 이를 말도 있고 해서 별이에게 편지를 썼다. 친구 말을 들어보니 아들넘을 군대보내고 면회갔을 때, 종일 면회소에서 마주보고 있는 시간이 살아온 시간 중 아들과 가장 오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했다. 대략 일곱 여덟시간을 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면서 온갖 얘기를 많이 했다고 하는데 우리 아들넘 부대는 면회를 거의 시켜주지 않아 그런 기회가 없이 제대를 하게 생겼다. 편지를 쓴대야 나는 따뜻하게 좋은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들넘이 받아 읽기에는 또하나의 잔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부의 공통 관심사는 별이이고 우리의 바램은 별이가 잘 되는 것이며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별이지만 정작 별이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외동이라서 혼자받게 되는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러운 것 같다.모든 부모 자식의 관계는 다 그런걸까.

분명히 부족한 점은 많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지원을 했고 본능적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별이일 수밖에 없는데도 별이에게 준 사랑이 적은 것인지 표현이 부족한 것인지 별이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그것이 내게 가장 큰 아픔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별이에게는 가장 큰 상처일 것이다. 나는별이가 외로움을 타는 것이, 마음에 상처가 있는 것이 아프다. 구김살 없는 해맑은 영혼, 긍정적인 마인드, 진취적인 기상으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함께 해주지 못했던 시간들이 많이 아쉽고 내가 좀더 사랑을 표현해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중에 소중한 것이 더 많음을 깨달을 수 있게 가르쳤어야 했는데 과연 그랬는가 생각하면 자책감이 든다. 그래도 기대를 갖는 것은 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건전하고 성숙하게 자라가고 있다는 것. 적어도 우리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고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별이는 내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나와 자연과 환경과 온 우주가 키우고 거기에 더하여 신이 그 발걸음을 인도하시리라는 것.

겨울을 한 번만 보낼 수도 있는 군생활이지만 별이는 두 번을 보내야만 한다. 그러나 고난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난을 통한 열매가 있음을 위로 삼자.그 고난이 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고 깨달음이 될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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