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열린일기

091009 - 어떻게 이런일이

2009. 10. 9 금 맑음

방금 서과장의 전화를 받았다.

"저, 매형이 돌아가셨어요. 사장님 매형이 돌아가셨어요."

"누구요? 사장님 매형이요?"

"사장님이요."

"누구라구요?"

"저희 사장님이 돌아가셨어요. 10월 1일에.."

어딘가 내 일기에도 쓴 적이 있는 분,

언젠가는 만나러 가야지 하고 보낸 세월이 몇년인가.

몇 년 전 아들이 고등학생 때 아들의 과제물 때문에 나를 찾아왔고

오랜만에 만나서 일을 처리하고 그분 차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갔었다.

어딘지 기억도 안나. 시내 어디 장어집이었는데.

그것이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다.

그 후에도 나는 가끔 그분 생각이 났고한번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세월이 흘렀다.

작은아이가 아들인데 우리 별이랑 학년이 같았고 그 위에 2, 3년 터울 딸이 있었다.

사장님은 나를 내 능력 이상으로 완벽한 사람이라 인정을 해줬고

나도 그 사장님을 보기드문 경영인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 괜찮은 사람으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별이를 낳을 때,

그 당시 월간지 마감 때문에 일이 바빠서 아이를 낳으러 입원하는 날까지 일을 했었는데

월간지 오케이 놓고 퇴원을 병원으로 했다. 아이를 낳으러.

그때 병원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수속하는 것까지 보고 갔었는데..

또 그보다 먼저 내가 임신하고 입덧을 하던 90년 5월 5일에는

그때는 아직 조그만 회사였던 그분 직원들이랑내가 데리고 있던 직원들이 함께 야유회를 갔었다.

송추였나?

점심먹고 여자들은 봄향기 아래에서 수다를 떨었을 것이고

남자들은 물가 자리에서 고스톱을 치고 있었는데

어느 꼬마가 물속에 빠진거라.

냅다 뛰어가서 아이를 건져놓고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고스톱 치던 것도 내가 기억한다.

한때 함께 일을 했었고 1995년 말에 그 회사가 일산출판문화단지로 이주하는 이유로 헤어졌지만

언젠가 또 만나서 함께 일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었다.

그리고 큰 일은 아니지만 지금도 나는 그 회사의 일을 조금 하고 있고

가끔은 내가 그 회사에 직원으로 가겠다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우리랑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규모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큰 회사를 이루었다.

나는 그 이유를 이 바닥에서는 드물게 경영인의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이 계통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가끔 그분의 이야기를 했었다.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사람을 중히 여기는 사람, 사람을 중히 여기는 회사.

서과장이 그분의 처남이었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분에 대한 감정도 서과장에 대한 감정도 좋다.

아니 그 회사에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다 괜찮았다. 그 회사에 있다가 그만둔 직원들도 괜찮았다.

어제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귀로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둔 지영씨 생각을 했었는데...

아, 그런데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다니...

8월 초에 폐암 진단을 받고 50일 남짓 투병하다가 갑자기 돌아갔다고 한다.

가족 모두 회복할 거라 여기고 문병도 받지 않았었다는데.

내가 마지막 만났을 때 워낙에 빼빼마른 분이 살이 조금 올라 있었다. 보통의 몸집,정상인 정도로.

담배를 끊어서 몸이 좀 불었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4기가 되도록 몰랐을까.

참 기가 막힌 일이라.

미루지 말고 진작에 한 번 찾아가 볼 것을.

아, 정말... 손에 힘이 빠진다.

http://blog.paran.com/printkang/29856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