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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090921 - ★이 울다

2009. 9. 21 월 종일비

비가 와서 집으로 바로 퇴근했다.

집에 와보니 비가 온다고 운동화도 신발장에 넣어놓고 안방 창문도 닫고 나갔다.

그래도 그럴 줄 아네.. 속으로 생각이 들었다.

조금있다가 전화가 왔다. 집이라고 했더니 집으로 온댄다.

★이 들어오자마자 제방 문을 꼭 닫고 들어간다.

따라들어가니 침대에 이불쓰고 누웠다.

흑흑 흐느끼더니 엉엉 운다.

일하는데서 뭔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서영이 때문에 그러나고, 서영이가 그만만나자고 하더냐고 했더니 울면서 나가라고 한다.

금방 일어나지 않았더니 자꾸 나가라고 해서 기분이 좀 상했다.

나오면서 길게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

그냥 받아줄 걸, 이해하고 위로해줄 것을 결국 내 입에서는 차가운 말만 나왔다.

아플까. 아프겠지. 방을 나와서 마당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첫사랑이다. 많이 좋아한 모양인데..

여우같은 여자애는 나이도 많고 별 상처도 없겠지. 어쩌면 지나고 나도 기억하고 싶지도 기억하지도 않을지 몰라.

내가 그랬으니까.

순진한 놈이, 참...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고.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천천히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을 왜 진작에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그냥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고 시간만 지나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

술마시고 술냄새 풍풍 풍기면서 이불쓰고 우는 놈.

마음아파 하는 것이 마음아프기도 하지만 나한테는 안그러면서, 부모는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참 묘한 심정이다.

★아, 빨리 털고 일어나라. 그까짓 거 별 거 아니야.

사람은 그렇게 갑자기 빠르게 좋아하는 게 아니고 천천히 친구로, 동지로 좋아해야 한단다.

그런 일이 앞으로도 수없이 많을텐데.

아픔없이 자랄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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