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기로 결정하고 계약을 모두 끝낸 후
주변 친구들에게, 지인들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가 신경이 쓰였다.
가족, 친척들은 그렇다 치고
당장 요즘 정을 주고 있는 카페 친구들과가끔씩 만나는 친구들, 오인오색, 선배부부들에게,
무엇보다도 M 부부에게 말해야 하는 것이 편치 않았다.
이 나이에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유지는 해야 하는데 더 못한 환경으로 가다니..
가지고 있는 계획도 사실은 구차한 변명인 것이지.계획이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인데.
뭐, 좋다..모두 80년대로 돌아가는데 내가 살 집이 80년대로 돌아가는게 뭐 그리 대수냐..
편하게 생각하자 맘 먹으면서도 친구들에게, 지인들에게 말을 할 때마다 마음은 불편했다.
그 불편함의 정점인 M 부부.
이사 일정이 이미 나와 있던 지난 6월 첫째 주에 같이 점심식사를 했고
그 후에도 여러 번 얼굴을 봤지만 통 얘기하지 않고 있다가
엊그제점심 약속 때문에 만났을 때에야 겨우 말해버렸다.
요 근처, 주택으로 이사왔노라고.
갑자기 왜, 그것도 아파트 아닌 주택으로 이사왔는가 묻는다.
집은 팔고 왔는지, 세주고 왔는지도 묻고.
별이 아빠가 무슨 일 시작하려고 하느냐 묻기에 아니라 했더니
무슨 계획이 있느냐고, 어디 투자할 데가 생겼느냐고 자꾸 묻는다.
그냥 돈이 부족해서 이사왔다고 했더니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말도 없이이사하느냐고 한다.
"돈 없어서 야반도주하는 사람이 소문내고 이사해요?" 하고 말했더니 웃는다.
그 다음 화제가 사장님을 혼자 떼어놓고 이사온 것.
사장님에게 별이네 근처나 자기네 아파트 근처로 이사오라고 한다.
아니면 주택을 하나 사서 아래층에 사장님 살고 윗층을 별이네 주라고 한다.
거, 참 좋은 아이디어라. ㅎㅎ
나는 미아역 현대아파트나 M이 사는 이편한세상으로 오라고 했다.
갑자기 상계동이 사람살 동네가 아니라는 둥,그렇게 먼 데서 어떻게 사느냐는 둥,
거기는 원래 경기도라는 둥..해가면서 뽐뿌질을 해댔는데
결론은 계약기간까지 있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와 떨어진 것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는 않는다.
두고 봐야지. 계속 혼자 떨어진 듯한 느낌, 외로운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 그때가서 빨리 이사오라고 얘기 해야지.
미아역 현대아파트로 오면 좋겠고 아니면 미아삼거리동부센트레빌아파트로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M이 있는 곳은 지하철까지 좀 멀어서 다니기가 귀찮을 테니까.
그렇게 M 부부에게 이사한 얘기를 했고
점심먹고 돌아오는 길에 M이 우리를 집앞에 내려 주었는데
차 한잔 하고 가라 했더니 다음에 정식으로 하이타이를 사가지고 온다면서 그냥 갔다.
좋은 사람들인데 우리의 자격지심 때문에 간격을 좁히기가 어렵다.
그것을 M 부부도 느끼고 있겠지.
아마도 우리는 끝까지 이 정도의 간격을 두고 함께 가게 될 것 같다.
끈을 놓지도 더 당기지도 않은채로..
'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이 자식.. (2) | 2009.07.12 |
---|---|
모든 것이 다 담담해.. (1) | 2009.07.10 |
진주목걸이 (0) | 2009.07.06 |
아끼던 팔찌와 이별을... (0) | 2009.07.06 |
강화도에서 (0) | 2009.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