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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갈증


어제부터 시원하고 달콤새콤한 물회 생각이 간절했다. 검색해보니 충무로에 허름하지만 맛있다는 집이 있더만 어떨지 몰라 가지 못했는데 욕구를 채우지 못해서인지 오늘도 시원하고 달콤새콤한 것이 계속 먹고 싶었다. 우래옥 냉면이나 상계동 메밀막국수.

상황이 안되어 집으로 오다가 결국 상계역에 내려 조금 헤매고 막국수집을 찾았다. 의지의 한국인!

미경이가 지난 여름 독일에서 왔을 때 언니들이랑 같이 점심먹은 곳. 그날 비도 세차게 오는데다 언니차로 움직이는 바람에 어딘지 감을 잡지 못해서 찾느라고 조금 헤맸다. 헤매다가 안되겠기에 GPS를 켜고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다행히 나와서 찾을 수 있었고 시원한 물메밀막국수 한 그릇을 거의다 비우고 다시 전철타고 집으로 왔다.

 



지난 여름부터 자꾸 갈증이 났다. 시원한 건 먹고 싶고 시원한 맥주는 알콜이랑 칼로리 압박이 있고 해서 무알콜맥주를 24개들이 세박스나 사서 먹었다. 냉면도, 맥주도, 포카리스웨트도 많이 먹었다. 지난 여름이 유난히 덥기는 했지만 내 갈증은 정상이 아니라는 느낌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십 몇년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별이가 생겼을 때 갈증이 어찌나 나던지. 차가운 물을 마셔도 그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서 성경에 나오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다는 생수는 어떤 맛이고 느낌일까, 그것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임신하면 호르몬 변화가 생겨서 입덧을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난 임신기간 내내 낳을 때까지 입덧을 했었다. 토하는 것도 힘이 들었지만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토한 괴롬은 기억이 별로 안나는데 그때의 갈증만은 잊을 수가 없다. 지난 여름부터 이어지는 이 더위와 갈증도 그때랑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의 갈증도 호르몬 변화로 생겨나는지도 몰라.

오늘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막국수를 먹었으니 한동안 괜찮겠지. 혼자서 식당에 찾아가고야 말 정도의 간절한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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