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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백년을 살아보니

가슴찡한 책.

김형석 명예교수의 강연을 두 번 들어봤다.
두 번 다 호스피스 교육을 받을 때였는데  아마도 그때가 95세 전후가 아니었을까 싶다.
한시간 반 남짓한 강연 시간을 원고도 없이 서서 강연을 하시는데 말씀하시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 한 번 없이, 길게 말씀을 이어가도 결국은 계획에 따른 정확한 강연을 하시는게 참 대단해보였다.

강연 중간 휴식시간에 연세가 궁금해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 교수님에 대한 정보는 다 갖고 있었고 얼마전에 새로 책을 내었다는 것도 알았는데 전자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고 빌려 읽게 되었다.

한동안 의학, 건강관련 책들을 읽다가 요즘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이어 백년을 살아보니를 읽어보니 일맥상통하고 있다.

예전의 내 꿈은, 건강하고 맑은 정신으로 오래오래 살아서 지혜가 담긴, 따뜻한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수필 같은 쉬운 글을 남기는 거였다. 늙으면서, 병들면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아직 늙어보지 못한 후배들에게 미리 경험하고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했었다. 후배들이 준비할 수 있게.

이 책은 내가 써보고 싶었던 그런 책인 셈이다. 철학자이고 교육자가 쓴 책이니 생각의 깊이야 비교가 안되겠지만 말하자면 내 꿈이 그랬다는 것이다.

두번째 강연을 들을 때 하신 마지막 말씀이 "사랑이 있는 고생은 행복입니다." 였는데 크게 공감했다. 이 책에서 그 이야기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세대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지만 생각과 삶의 모습은 내 생각과도 통하고 추구하는 방향과도 같다. 나도 이렇게 늙어가고싶다.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눈물이 났는데 그 한 장면,

동갑인 절친 안병욱 교수가 90을 넘기고 떠났을 대, 슬프지는 않은 것 같은데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하는 그 부분을 읽으며 나도 눈물이 흘렀다.
축복받은 생애, 아쉬움 없는 나이, 슬퍼서가 아니라 혼자남았다는 고독감에서 오는 외로움이었던 것 같다는 교수의 마음이 진심으로 이해가 되며 나도 겪게 될 그 감정에 공감이 되어 눈물이 났다.

김형석 교수님이 지금처럼 성성한 모습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좀 더 오래오래 이 세상에 계셔주셨으면 좋겠다.

예술이나 학문의 업적은 남길 수 없어도 이웃에 대한 사랑의 봉사는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업적이나 경제적 유산은 남길 수 없어도 가난하고 병든 이웃들에게 따뜻한 정과 마음은 나누어 줄 수가 있다.
그래서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라고 물었을 때의 대답은 사랑을 나누어주는 삶인 것이다. 그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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