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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신과 인간

 

 

 

신과 인간

 

      드라마 / 프랑스 / 122분

      감독 / 자비에 보브와

      1996년 알제리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1.

 

신과 인간은 종교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들 누구나가 갖게 되는 삶에 대한 질문, 그리고 각각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이상이 현실과의 괴리감을 가질 때 그 것으로부터 오는 깊은 갈등과 고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드라마다. 
 
알제리 아틀라스 산골의 나지막한 언덕에 조화롭게 둥지를 든 7명의 프랑스인 수도사들. 그들은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율법에 따라 죽을 때까지 한 곳에 정착하여 기도와 독서, 자급자족을 위한 노동을 실천하며 마을의 이슬람 형제들과 평화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알제리 정부군과 이슬람근본주의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정치적 소용돌이는 수도사들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지금까지 지켜왔던 수도사로서의 신념과 인간이기에 느끼게 되는 죽음에 대한 공포, 그 사이에 생긴 깊은 갈등의 골 앞에서 그들은 동요한다. 여생이 길지 않은 80대 의사 뤽에게 있어 수도원에 남는다는 결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아직 젊은 수도사 크리스토프에게는 자신의 희생이 진정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인지 의심스럽다. 그는 마치 게세마니의 예수처럼 아무리 기도해도 답이 없는 신을 향해 소리치며 고통스러운 내면의 갈등을 토로한다.


이처럼 신과 인간 속 수도사들은 종교인으로서 추구되는 절대적인 이상을 대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도 인간이기에 나약하며 그렇기에 극복하고자 애쓰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군인들의 헬기 소리가 두려워서 더 크게 성가를 부르고 기도문을 버팀목 삼아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더욱 눈물겹게 다가온다. 검소하고도 적막하게 살던 그들이 중대한 선택을 한 후 죽음을 예감한 듯 마지막 만찬의 시간에 말 없이 눈물을 흘릴 때 우리는 숭고함마저 느끼게 되고, 이 때 울려 퍼지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다른 어떤 영화의 장면에서 흐르는 것보다도 감동적으로 우리들의 가슴속에 조용히 파고든다.

 

2.

 

영화 <신과 인간>은 1996년 실제 있었던 알제리의 ‘프랑스인 수도사 살해사건’을 바탕에 둔 작품으로, 당시 알제리 정부군과 무장이슬람단체(GIA)와의 내전은 최정점에 치닫고 있었다. 무장이슬람단체(GIA)가 자국 내의 모든 외국인들에게 떠날 것을 최후 통첩하자 알제리 정부는 이슬람교 지역의 티브히린에서 수도원생활을 보내고 있던 7명의 프랑스인 수도사들에게 당장 떠날 것을 통보하지만 수도사들은 이를 거부한다. 죽음이 예견되는 극한의 위기 속에서 일곱 명의 수도사들이 왜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는지, 영화는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인물들의 내면에 주목하며 신의 종으로 살아온 이들이 죽음 앞에 섰을 때 종교인이자 인간으로서의 갈림길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고뇌를 드라마틱하고 깊이 있게 담고 있다. 
  
1996년 3월 27일 새벽 1시15분, 약 20명의 무장한 괴한들이 알제리 산골 티브히린의 수도원에 침입 하여 일곱 명의 프랑스 수도사들을 납치했다. 다행히 다른 방에 있던 두 명의 다른 수도사들은 납치범들로부터 도망치는데 성공했지만 납치범들이 떠난 뒤 남은 수도사들이 경찰에 연락을 시도했을 때 전화선은 이미 끊겨 있었고 야간 통행 금지령은 외부로의 연락을 단절시켰다. 4월 18일, 이슬람무장단체들은 공식성명을 통해 수도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했고, 4월 30일, 납치된 수도사들의 목소리가 4월 20일자로 녹음된 테이프가 프랑스 대사관으로 배달되었다. 약 한 달 가량이 지난 5월 23일, 이슬람무장단체는 공식성명을 통해 5월 21일 수도사들을 죽였다고 발표했다. 알제리 정부는 5월 31일 메데아의 한 길가에서 그들의 수급을 발견했으며 시신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의 장례 미사는 1996년 6월 2일 일요일, 알제리 아프리카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성대하게 치러졌고, 이틀 후, 티브히린에 있는 수도원의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살아남은 수도사들은 알제리 티브히린에 남았고, 다른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의 도움을 받아 모로코 미데트 근처에 수도원을 세웠다. 그들의 납치와 죽음에 대한 자세한 정황은 여전히 논쟁으로 남아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유족들을 중심으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신과 인간을 통해 만나는 알제리산골 일곱 수도사들의 눈부신 감동 실화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테러와 분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종교를 뛰어넘어 인간 본연의 삶의 자세와 신념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가슴 속 깊이 스며드는 숭고한 감동을 전할 것이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 뿐아니라 인터넷을 뒤져 제작노트를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깨닫는다. 특히 좋은 영화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 영화관에서 두어 시간 집중해서 열심히 영화를 보지만 영화를 만든 이가 전하고자 하는 얘기를 명료하게 알아듣고 머리에, 마음에 정리하는 건 쉽지 않다. 영화 상영 두 시간 동안 적게는 두시간도 안되는 시간이, 많게는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으므로.

 

이 영화도 보면서 감동을 받고 제작노트를 찾아 읽으면서 또 한번의 감동을 받은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이다. 인상에 남는 장면은 바로 윗 장면. 처음에는 수도사들이 남겠다, 떠나겠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려움이 더해지고, 죽음의 공포가 더 커지는데도 오히려 남겠다고 결정을 하는 윗 장면이 인상깊었고 마지막 성만찬 장면이 인상깊었다. 알제리 수도원에 남겠다는 선택을 한 후에 나누는 성만찬,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흐르고 수도사들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데 그 눈물은 두려움이나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내면의 갈등에서 벗어난 결단과 다짐의 눈물이었다.

 

내가 늘 생각하는 경건, 겸손, 검소라는 단어. 이 영화는 그 세 단어가 딱 들어맞는 영화였다. 자신들의 필요를 스스로 땀흘려 해결하고 이웃을 돕고 분쟁지역을 화평케 하며 살던 수도사들의 삶이 감동이었다.

 

문화읽기 여섯번째 영화로 보고 이야기나누기 시간을 가졌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사람만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나 영화의 배경에 대해 얘기했고 아무도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할 수 없었던, 하고 싶지 않았던 영화.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싶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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