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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달팽이의 별

 

 

 

 

 

어제 문화읽기는 달팽이의 별이었다. 중복장애인 영찬씨와 척추장애인 순호씨의 사랑이야기.

 

보지도 듣지도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손끝 감각으로 인식하며 스스로를 느릿느릿 움직이는 달팽이라 말하는 영찬씨가 마음 따뜻하고 지혜로운 여자 순호씨를 만나 결혼을 하고 필요한 것을 서로 채워주며 온전한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순호씨는 영찬씨 손등에 손가락으로 점자를 찍어서 소통을 하고 통역을 하는데 손등에 피아노를 치는 듯한 모습이 참 경쾌하고 예뻐 보였고 둘이 힘을 합해 힘들게 형광등을 갈아끼우는 것도 보기 좋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영찬씨에게 순호씨가 손으로 각도를 가르쳐줘가면서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야외에서 마주 앉아 다큐를 찍는 카메라맨의 얼굴을 솔방울로 맞추는 것이나 영화 시작하면서 화면에 나온 연날리는 장면 등 한가지 일을 해내기 위해서 둘이 마주보고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힘들 것 같은데도 편안해 보였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기 때문에 느릿느릿 움직이게 되고 손으로, 온몸으로 느껴야만 한다.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만지는 느낌, 나무를 안고 냄새맡고 만져보며 나무를 알아가는 모습, 나무에 이는 바람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만져보고 느끼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이야말로 제대로 느끼고 음미하고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것임을 깨달았다. 정상인들은 볼 수 없는, 깨달을 수 없는, 느끼지 못하고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그 부부는 보고 느끼고 깨닫는다.

 

본다고 다 보는 게 아니고 듣는다고 다 듣는게 아니며 안다고 다 아는게 아니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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