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학교 카페를 만든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침마다 까먹고 앨범을 안가져온다. 일단 앨범부터 스캔해서 올리고 난 다음에야 친구들에게 알려야지. 연희랑 정순이한테 메일을 써야 하는데 미루다가 아직도 못썼다. 정순이는 페이스북에서 친구요청했던데 난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게 싫어서 수락을 하지 않았다. 트위터는 친구들과 연결하지 않아 상관이 없지만 페이스북은 주로 친구들이랑 연결이 되어 있어 친구들이 올리는 글들을 볼 수밖에 없는데 정말 읽기 싫은 글이 있다. 그렇다고 그 친구를 친구에서 빼낼 수도 없고. 머, 그 친구가 싫은게 아니라 그 친구의 글을 보고 싶지 않은거니까. 그냥 페이스북을 버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 카페가 우리들의 통로가 되도록 만들어야지. 오히려 모두에게 공개되지 않으니 더 좋은 통로가 될 것이다.
우선 앨범부터 가져와서 스캔해 올리는 일부터.
2.
두어 주 약속이 이어지다가 이번 주에는 좀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문제는 한동안 잠잠한 인터넷 쇼핑질을 또 하고 있다는 거다. 물론 필요해서 찾다가 보니 여기저기 보게 되고 사게 되고.. 이번 주간에는 날마다 택배가 한두 개씩 날라온다. 어제는 별이 택배도 대열에 동참했고 밤에는 홈쇼핑으로 별이아빠 옷도 질러줬다. 이왕이면 유명 메이커로 사주고 싶었는데 인터넷몰을 다 뒤져봐도 오프라인 아울렛에 나가봐도 인간적으로 값이 너무 비싸다. 품질의 차이도 있겠지만 이름값이 너무 세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 메이커를 사주고 싶은 이유는, 가난하기 때문이지. 유명 메이커 옷을 입혀놓고 가난하지 않은 척하고 싶어서. 하하...
별이는 올해 코트를 두 개나 사줬는데 어제 온 택배를 보니까 또 옷이다. 이번에는 오리털 점퍼. 별이 군대간 사이에 별이아빠가 입고 다니던 오리털 점퍼도 아직 새거고 좋은건데 또 샀다. 주초에 생일이라고 생일축하금을 송금해준게 잘못인지. 별이가 좋아하는 이름값 내가며 비싼 옷 사주는 이유는 오래 입으라는 얘긴데 아이는 무슨 패션 모델이라도 되는 것처럼 옷을 탐한다. 그 많은 겨울코트, 점퍼를 입으려면 1년 중 10개월은 겨울이어야.. -.-+
3.
심기가 불편해보이던 별이아빠가 어제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 생각처럼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눈 낮추고 들어간 직장의 외형이 그럴 듯해서 맡은 업무가 무엇이든간에 남에게 말하기 좋고 (그래야 말한 적 거의 없지만) 보수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 없으니 겸손하게 열심히 하면 60까지는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예상과 완전히 어그러지는 소리라.
가진 거 없고 잘난 거 없는 사람들이 겪는 서러움을 이제야 깨닫는다. 우리는 우리보다 힘들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무지했던 것 같다. 이제 내가, 별이아빠가 그 세계를 접하면서 알게 되는 진실. 세상에는 사람인 사람과 사람아닌 사람이 있구나.
그래, 까이꺼. 내가 언제는 돈으로 살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