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이 춥다고 해서 어디 나갈 계획을 잡지 못하고 정말 모처럼 종일 집에 있었다. 12시가 넘어서 투표를 하고 동네 마트에 들렀다가 집에 온 잠깐의 외출 외에는 집에만 콕!! 아침겸 점심, 점심겸 저녁을 별이와 같이 먹고 치운거랑 마트에서 사온 고구마를 찌고 그것을 식혀서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썰어놓고 콜라비 벗겨 썰어놓고 과일 씻고 깎아놓는 하찮은 일이 얼마나 시간 걸리는 일인지. 그러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꿈에 자꾸 출몰하시는 부모님께 가볼까, 영화나 한 편 볼까 생각했던 것들은 모두 물 건너가고.
각자 취향대로 한 잔을 하면서 개표방송을 보다가 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고 난 후에 당락의 윤곽을 보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투표율은 높았는데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전개된다. 이유가 뭘까. 뭐, 이유가 뭐였든 국민이 선택한 것이니까. 개표방송을 보면서 느낀 점은 앞으로 공부를 더 많이 하던가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아무 것도 듣도 보도 말고 살던가 해야겠다는 거. 후자가 더 행복할거야. 하하.
2.
새벽에 깨었다 늦게 잠든 덕에 아침엔 늦잠을 잤다. 별이아빠가 출근하는 소리를 잠결에 들으면서도.
별이아빠가 갔다올께 하고 인사하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별이가 아빠 출근하는 시간에 이미 일어나서 거실에 나와 앉아 있었던 모양이라. 내가 일어났을 때는 외출준비를 다 마치고 난 후. 어제는 오늘 일찍 나간다는 말이 없었는데 아르바이트하러 간댄다. 뭐하는 거냐고 물어봐도 늘 그렇듯이 자세한 얘기를 안한다. -.- 순간적으로 추운데 나가지 말라는 소리가 튀어나올 뻔했다. 방학동안 공부든, 아르바이트든, 봉사활동이든 확실하게 열심히 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해놓고도 추운날 고생하러 나간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애처롭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지났다는 거. 이미 별이는 성인이고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할 때라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잘 다녀오라고, 밥은 꼭 챙겨 먹으라고 당부를 했다. 나가서 하는 모든 고생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내가 언제까지나 별이를 서포트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마당에... 독립하는 훈련은 누구보다 별이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넓게 멀리 보지 못하고 코앞만 보는 내가 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