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시작하면서 내가 정한 가이드라인이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억지로 지킬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다. 가능하면 일주일에 두 번 이하로 약속을 잡자고 마음 먹었는데 그렇게 마음을 먹어서인지 나이줄이 달라져서인지 자연스럽게 이 가이드라인이 지켜져 오고 별 부담도 없다. 이 정도의 스케줄이 적당한 것 같다.
또 하나, 이것도 내가 느슨하게 정한 가이드 라인인데... 약속을 했을 경우 3시간 정도 쓰자는 것.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게 기본이라면 이건 좀 빡빡할 수도 있다. 가령 평일에 7시에 만나면 10시쯤에 끝내야 하는데 지키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그 라인을 마음에 그어놓으니 지나치게 오래 시간을 끌지 않게 되어서 좋다.
이러다가 교제의 폭이 점점 좁아져 늘그막에 쓸쓸해지는게 아닐까 하는 염려도 조금은 들지만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어제 일찍 끝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나이탓인 것 같다. 일주일에 두 번, 서너 시간이면 예전에 비해 많이 줄고 달라진 것이다. 짧아진 시간, 앞으로는 계획적으로 친구를 만나고 신뢰를 주고받는 우정을 다져가기 위해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웃고 떠들고 히히덕거리는 것도 좋지만 진중하고 따뜻하고 인생의 끝날까지 교류할 것을 생각하며..
올해 들어서면서 집에서 혼자 심심풀이로 마시는 술도 하지 않는다. 딱 한 번, 별이아빠 막걸리 마실 때 따라 두 잔 마셨더니 다음날 아침에 속이 편치 않았고 그 후로 다시 마시지 않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올 해는 와인을 한 번도 사지 않았다. 심심풀이 술 마시지 않는 것, 이것도 잘한 일이다. 과소비, 과잉칼로리, 무엇보다도 뇌를 맑게 하는데 지장이 있을테니. 그러다보니 밖에서 친구들과 먹을 때나 엄마네 가서 한 잔 할 때에도 적게 먹게 된다. 많이 먹으면 배부르고 속이 불편하니까. 이것도 나이탓인 것 같고.
나이먹고 육체의 한계를 느끼니 좋은 점도 있다. 쓸데없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 고요히, 조용히 사는 것에 점점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 만나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친구보다 이제는 말하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는 편안한 친구 관계를 추구해야겠다.
어제, 이번 주간에 두번째 약속이 생겼다. 가능하면 급작스럽게 약속을 잡지 않으려고 맘 먹었지만 철없는 친구의 기분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서 시간되는 친구들을 모아 넷이 혜화동에 모여 막걸리 한 잔,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느낌. 그랬다. 예전에 비하면 꽤 오랜만에 만난 것이다. 막걸리 좋아하는 대권이가 검색해서 찾아간 막걸리집은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가서 신나게 놀았던 유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덕산막걸리, 배다리막걸리, 지평막걸리 등등 유명한 막걸리들이 많이 있었지만 다 먹어볼 수는 없었고 공주알밤막걸리, 부산산성막걸리를 맛봤다. 내 입맛에는 알밤막걸리가 좋았다. 갑자기 잣막걸리 생각이 났다. "진작에 한박스 보내달라고 할 걸. 요즘은 택배 대란이라 틀렸네.." 생각이 들었다. 해물부추전, 감자전 거기에 날치알주먹밥 둘을 시켰더니 넷이 먹기에 배가 차고도 남는다.
과하지 않게 막걸리 마시고 커피마시러 가자고 재촉을 해서 나왔는데 왠걸.. 친구들과 같이 갔던 "유" 앞을 지나다가 그리로 들어갔다. 가게안은 좀 바뀌었다. 우리가 여기서 신나게 보낸 게 언제였나 따져보니 2008년이나 2009년쯤. 내가 방장이었을 때. 꽤 시간이 흘렀다. 간단하게 작은 병맥주 하나씩 시켜 먹고 나와서는 커피집으로... 배는 부르지만 늘 그랬듯 커피집에서는 빵과 함께. ^^ 3시간이 지난 9시쯤부터 들썩거리다가 9시 반이 되기 전에 커피집에서 나왔다. 그런대로 선방.
조금 아쉬움이 남는 듯한 분위기를 감지했지만 무시하고... 다른 친구들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일찍 끝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기를 바래본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그런 만남이 더 여운있고 좋은 것. 과한 것보다는 못미치는 것이 훨씬 낫다. 적당히 배부르고(이건 아니다. ㅎㅎ) 적당히 취기를 느끼고 적당히 이야기하고 적당히 끝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