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열이가 점심먹으러 오겠다더니 차를 가지고 왔단다. 남산에 가서 먹자고 할까, 삼청동에 가서 수제비나 먹을까 생각하면서 나갔는데 나를 태우고 제 맘대로 간 곳은 압구정동 고구려라는 곳. 메인인 갈비찜보다는 들깨수제비, 된장찌개와 반찬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배가 부르도록, 터지도록 먹었으나 밥그릇은 뚜껑조차도 열지 않았다. "이 밥, 키핑시켜!"
커피를 어디서 먹을까 물었더니 충무로로 가서 먹잔다. 그래, 그럼 남산에서 커피할까? 하고 차에 탔는데 갑자기 성호가 송파랬으니 여기서 가깝다고 그리 가잔다. 전화를 해보니 식사중. 커피 같이 하자고, 그리 간다고 하고 보니 성호가 있는 곳은 송파에서도 끝인 모양이다. 압구정에서 출발, 거의 50분이 걸려서야 어렵게 도착했다. 물론 마지막 즈음에서 잠시 헤맨 탓도 있다. 한 시간 가량 커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왔다. 나를 사무실 근처에 내려놓고 병열이는 제 갈 곳으로...
지하철로 다니는 그동안은 잘 몰랐는데 오늘 차를 타고 나가보니 온통 꽃들이 만발을 했다. 개나리가 제일 많이 보이고 진달래, 벚꽃도 모두 피어났다. 점심먹은 곳 주차장 앞에는 라일락까지 피었다.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는 길은 한강변으로 와서 그랬는지 꽃들이 더 많다. 온통 노랗고 하얀 꽃나무들. 나도 모르게 어느새 꽃들은 다 피어 있었고 이제는 고비를 넘어갈 듯한 상황. 아아, 내가 사는 곳은 이제야 벚꽃이 피기 시작하던데...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라일락, 아카시아... 순서대로 하나씩 피어나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카시아를 뺀 모든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 꽃잔치. 병열이 덕에 오늘 눈이 호강을 했다. 내일 도봉산은 꽃이 얼마나 피었으려나?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