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주 일정인 호스피스 교육이 어제로 4주차를 넘겼다. 하루 2강씩 18강, 그중 16강을 들어야 수료증이 나온단다. 그깟 수료증 어디에 쓰겠냐마는 이왕에 듣는 강의, 한 두 강 못들어서 수료증을 못받는 건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어제 아침에 강의실에 도착했는데 거래처에서 전화가 왔다. 납품받아야 할 인쇄물이 있는데 자기가 표지 원고를 넘기지 않은 것 같다고. -.- 알아보니 내지는 이미 인쇄가 끝났댄다. 삼숭 직원들 바쁜거야 익히 알지만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사무실에 있을 때는 아무리 급해도 바로 처리를 해주면 되지만 이렇게 외부에 일을 보러 나왔을 때는... 좀 난감하다. 그래도 일은 되게 해줘야 하니까 1강만 듣고 사무실로 왔다. 앞으로 여유는 1강. 그보다 더 빠지게 되면 수료증은 못받는다. -.-;;
이번에 들은 강의 제목은 죽음과 법률. 다들 관심이 지대하다. 매번 강의가 끝나면 강사가 질문이 없느냐고 묻는데 3주 6강을 들으면서 그 누구도, 한 번도 질문한 적이 없었건만 이번 강의에는 듣는 태도도 다르고 질문도 많다. 강사는 오랜 세월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일을 해오고 있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국민의정부 시절에는 고급공무원도 했었다고 하는데 법대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것과는 다르게 일상의 언어로 강의를 해주니 알아듣기도 쉽고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상속과 유언에 관한, 재물에 관한 강의라 더 흥미롭게 들었을 것이다. 다들 머릿속에 자기 자신의 상황을 그려가며.. 하하..
강의일정표에 보면 7주차에 교육생들이 유언장을 써서 발표하는 시간도 있던데... 유언장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가끔 해봤지만 막상 쓰게 되지는 않던데 이번에 교육을 받으면서 첫 유언장을 써보게 생겼다.
2.
다음 주에는 호스피스 봉사를 나가는 병원 몇 곳과 가정봉사, 요양원 등 여러 곳 중에서 한 곳 이상을 선택해서 견학을 신청해야 한다고 한다. 봉사 나가는 날짜와 봉사처를 리스트로 만들어 주면 그중 원하는 곳,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교육을 받고 바로 봉사를 시작하도록 푸쉬를 하는 방법중 하나인 것 같다. 마음 먹었을 때 교육을 받는 것일테니 바로 봉사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교육만 받고 나중에 봉사해야지 하면 그 나중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이런 경우 나는, 봉사는 하지 않기로 작정을 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교육만 받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견학을 하고 나면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서 견학에 빠져야 하겠는데 빠지겠다는 말하는 것이 쉬운 분위기가 아닌 듯하다. -.- 재정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비싼 강사료 지불하면서 봉사할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교육의 장이지 나같은 사람을 위한 자선교육이 아닌 줄을 알기 때문에... 은근히 신경이 쓰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