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충무로팀이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날. 불친절한 충무로이기는 하지만 번잡스럽지 않아 좋은 면도 있다. 몇년 전 벙개도 몇 번 했던 식당, 그러나 주인이 바뀌어 메뉴가 바뀐지 오랜 식당, 그 후로는 지나다니면서도 들어가본 적 없는 곳을 병이가 가보자 하여 들어갔다.
연탄불에 초벌 구운 냄새가 나는 고추장불고기. 달군 팬에 숙주를 깔고 초벌 구운 고추장불고기, 그 위에 대파 썰은 것을 얹어 뒤섞으며 더 익힌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그랬는지 맛보다는 독특함에 점수를 주고 싶었던... 3인분을 시켰다는데 넷이 먹으면서도 배가 불러 더 시킬 생각은 없고 그냥 끝내기에는 섭섭하여 누룽지를 시켜 나눠먹었다. 마무리로 딱 좋았다.
병이를 놀리듯 "2차는 커피로~" 를 외치며 동부화재빌딩 1층 커피전문점으로 가서 정작 시키기는 커피 1잔과 맥주. 불친절한 동네 충무로가 그래도 좋은 이유는 이곳이 맘에 들기 때문이다. 빌딩 1층이라 천정이 높아 어지간해서는 시끄럽지 않다. 밤 시간이라 손님도 많지 않고. 마른안주나 간단한 나쵸치즈, 프링글스를 안주로 세계맥주를 마실 수 있다. 1차 저녁과 함께 한 잔을 하고 나면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2차를 가게 되고 술 좋아하는 친구와 술 좋아하지 않는 친구가 함께 있으면 어디로 가야 하나 갈등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커피와 맥주, 거기에 시켜본 적은 없지만 양주도 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음습하지 않은... 많은 인원이라면 옆사람에게 폐끼치게 되니 어렵지만 너댓 친구들이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딱 좋은 곳.
한 사람씩 화장실에 갈 때마다 뒷담화를 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자리를 비워도 뒷담화는 없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무겁지 않은 주제로 마음을 이완시키고 스트레스 해소하는 힐링모임이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모임이 될지, 오랜 세월 이어지는 모임이 될지 모르지만...
어제 모임은 7시 30분. 처음으로 늦은 시간에 만나는 거였다. 5시면 퇴근하는 영숙이 시간에 맞춰 명동에서 만나 윈도우쇼핑을 했다. 날도 덥고 윈도우 쇼핑도 재미없어져서 우리 사무실로 가다가 쌍용빌딩 옆 커피전문점을 보고 여기서 쉬었다가 약속장소로 가자!! 하고 들어가 주문한 빙수. 명동을 돌아다닐 때 덥다고 걷어부쳤던 소매, 벗어들었던 옷을 먹으면서 하나씩 하나씩 원위치시킨다. 소매도 잠그고 겉옷도 다시 입고...
약속시간 기다리면서 생각해낸 것이, 담부터 늦게 만날 경우에는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좋은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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