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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소심한 친구

 

 

 

  

 

   

 

 

지난 금요일, 석탄일 오전에 태경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새벽같이 엄마한테 와서 밭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솎아낸 야채를 좀 나눠주겠다고 한다. 하여간 부지런도 하지. 어린잎 채소를 마트에서 비싼값에 사먹는데 준다는 걸 안받을쏘냐. 아파트 마당으로 내려가서 한 봉지 챙겨주는 것을 받아드는데 "다른 친구들한테 말하지 마~" 그런다. "난 사진찍어서 한줄에 올릴 생각이었는데?" "말 많아지니까 그러지마~" 에구, 소심하기는... -.-

 

 

 

 

집에 돌아와서 풀어보니 내가 평소에 오천원 정도 주고 사는 어린잎 한 팩에 비하면 너댓 배의 양. 엄청나다. 종류도 상추, 치커리잎, 시금치, 쑥갓, 아욱 다섯가지. 종류별로 분별해서 다듬어 씻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마트에서 사는 채소는 비교적 깨끗해서 한두번만 헹궈도 되는데 태경이가 준 것은 밭에서 비맞고 흙먼지 뒤집어쓰고 자란거라 서너번은 씻어낸거 같다. 연하기로는 상추가 어린잎채소보다도 더 연하고 아욱이나 시금치는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좀 질기다. 아욱으로는 된장국을 끓이고 쑥갓은 무치고 상추와 치커리잎은 플라스틱 그릇에 따로 따로 담아서 다같이 식사할 때마다 샐러드 드레싱을 끼얹어 낸다. 아직 냉장고에는 절반 이상 남아있는데 뜯어다가 준 성의와 다듬어 씻은 노고 때문에 절대로, 한 잎도 그냥 버릴 수 없다. 끝까지 다 먹어야지!!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어느 댓글에 태경이가 태경이네 밭 찾길래... 알려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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