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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피곤해..

 

화요일, 어제보다는 낫다.

 

어제, 월요일. 전철에서 책읽으며 졸았다. 재미없는 책도 아니고, 이건 순전히 피곤한 탓이다. 출근하자마자 컴퓨터 켜놓고 문 걸어잠그고 소파에 누웠다. 잠이 들었다 깼다 하기를 두어 번. 10시가 되어서 일어났다. 조금 나았다. 곧 P님과 손님이 들이닥쳤다. 조금 더 누워 있을까 하다가 일어나기를 잘했지.

 

피곤한 이유는 일요일을 바쁘게 지낸 덕.

 

예배를 드리고 파도, 추기경과 같이 점심을 먹은 것까지는 좋았다. 예배도 좋았고 우이동 숲속 예쁜 집에서 두 친구와 점심먹고 차마시며 근황 얘기하는 것까지는 힐링이었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에 더 나은 음식을 내주는 식당의 센스란.. ㅋ 아쉬운 점은 시원함을 위해 숲속 향기를 포기했다는 것. 숲속 노천 카페로 나가지 않고 실내에서 커피를 마셨다.

 

파도의 차를 얻어타고 엄마 집 앞에 내렸다. 쉬는 날, 그러니까 한 달에 두 번은 꼭 들르지만 가도 도움되는 짓은 하지 않는다. -.- 그래도 내가 가기를 기다리는 걸 보면 위로는 되는 모양이다. 가끔씩 가서 몇 시간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오고 길게 통화하는 걸 보면 내 성향과 맞지 않아 답답하다. 내 세상과 엄마의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

 

조문 가자고 전화가 와서 슬슬 걸어내려와 재용선배 부부를 만났다. 교회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실 시간 없이 나와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재용선배의 요즘 깨달은 바-.-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조문을 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나가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했으나 누가 또 와야 한다면서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있다. 그 누군가가 도착해서 식사를 했는데도 또다른 누군가가 온다고 일어날 생각을 않고. ㅠ 식당은 좌식이지 에어컨은 빵빵해 춥지 한계상황에 임박해서야 일어선다. 주차시간이 2시간. 그 시간 내내 선배의 말,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남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듯 이야기를 하는... 철없다고 여겨왔던 선배에게 결국은 독설 한 마디 해주고 말았다. "선배가 잘난 게 뭐가 있고 내세울 건 또 뭐가 있는데?" 어쨌든 깨달았다니 기대해보겠다고, 두고보겠다고는 했는데 조금만 더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람이 쉽게 변하나...

 

돌아오는 차 안에서 또 병문안을 가잔다. 안사람은 피곤해서 가기 싫다는데 본인은 꼭 가야 한다고 우긴다. 교통사고 입원한 사람은 여자만 다섯. 하하.. 거길 왜 그렇게 꼭 가야 하는데!! 내가 껴들어서 그럼 20분만 보고 나오는 걸로 중재를 했다. 다섯이 하루여행 떠나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모두 입원했댄다. 그 중 두 여자는 사별한 친구들. 누가 주도를 했던 사별한 친구 둘을 끼워서 바람쐬러 간 건 참 잘한 일이었는데 이런 불상사가... 다들 오랜만에 나를 보는지라 반가워한다. 참나. 그 몰골을 하고서.^^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은 상태였다.

 

사고난 이야기보다도 주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또다른 분쟁의 조짐. 모종의 역모를 꾸미는 단계. 분쟁을 피해 떠돌아다니는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 지끈지끈. 20분만 보고 나오자고 했으나 1시간이 되어 가도 시작되는 얘기는 끝날 기미가 없다. 결국 또 내가 끊는 수밖에. 재미없는 얘기 그만하고 오늘은 늦었으니 가자고. 종일 문병객들이 북적거렸을텐데 환자들이 피곤하지도 않은지...

 

재용선배의 얘기 들어주느라, 또 역모를 꾸미는 현장에 있느라 정신적으로 피곤했고 딱딱한 바닥에 몇 시간씩 앉아 있느라 육체가 피곤했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만난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받는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고 들었다. 몰랐으면 좋았을... 내가 관여할 리는 전혀 없지만 계속 소식을 듣게될까봐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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