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빴던 엊그제 일요일, 아침 8시 반에 집을 나서 밤 10시가 넘어 돌아왔다. 주말 대청소는 별이아빠가, 나 없는 동안 식사준비와 설거지도 별이아빠가... 늦잠 좀 자고 교회에 다녀오면 보통 12시가 넘는 안 봐도 뻔한 하루 일정. 집에 돌아오자마자 새벽축구하고 돌아온 별이와 아침 겸 점심을 챙겨서 먹고 치우고, 청소하고 나면 해가 뉘엿 넘어갈 시간일텐데 밤늦게 집에 들어가 보니 부추전이 접시에 소담하게 담겨 있다.
토요일에 부추와 부침가루를 사놓으면 일요일에 만들어 주겠다는 걸 바빠서 할 시간도 없을 거라며 사오지도 않았는데... 배고프지는 않지만 맛있어 보이는 부추전 한 장을 데워서 혼자 식탁에 앉아 막걸리 한 잔과 먹는다. 막걸리가 남는다. 별 수 없이 한 장 더! 데워 먹는다. ㅋ
옆에 못 보던 밤이 있어 물어보니 등산가서 따왔다고 한다. 벌레 나오게 뭐 하러 주워왔냐고 잔소리를 했더니 주워온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를 던져 떨어뜨렸으니 따온 거란다. 풋밤이라 벌레는 없을 거라나.
'아니, 하루에 뭔 일을 그리 많이 했대?' 물었더니 '날아 다녔지' 대답한다. 교회갔다 와서 점심 먹고 치우고 대청소하고 불암산 올라갔다가 산밤도 따고 내려오다가 마트 들러 부추와 부침가루를 사와서 부추전을 부쳤다는 얘기. 숨차. 헉헉..
나보고 저렇게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한다. 점심 챙겨먹고 대청소하는 것까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못할텐데 스스로 하는 거라 할 수 있었던 모양. 덕분에 부추전에 막걸리,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