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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송년회 1, 2

 

 

첫번째

 

늘 선물교환 이벤트는 있어왔는데 올해 송년회에는 드레스 코드 이벤트가 새로 생겼다. 드레스 코드 "레드" 핑계김에 빨간 모자를 하나 살까 했는데 이맘때 자주 입는 가디건이 레드라는 생각이 나서 빨간 모자 하나는 없던 일로 넘어갔다. 섭섭.. 예상보다는 서너 명이 덜 왔으나 열 세 명이 모였는데 모두들 선물을 하나, 혹은 두 개 들고 드레스코드를 나름 맞춰입고 모였다. 남자는 어쩌려나. 못맞추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단 한 사람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남자들에게도 그닥 어렵지 않아보였다. 붉은 스웨터, 모자, 스카프, 넥타이, 거기에 코사지를 달고온 이장까지!!  한 사람을 뽑아 상을 주기로 했으나 벌금을 받지 못해 (벌금받아서 상으로 쓴다 했으니) 상을 주지는 못했고 빨간 폴라를 입고 온 사람이 레알레드라고 하더만 내 보기에는 내 가디건이 진짜 예쁜 레드. 누가 뭐래도 내 것이 제일이었음!!

 

한창 뜨는 슈즈 브랜드의 이사인 이장이 준비한 선물은 그 회사의 부츠. 다른 때도 구두를 준비했지만 부츠는 좀 과한 느낌이다. 재작년에 구두를 뽑은 친구가 올해도 부츠를 뽑아서 질시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았으나 내심 나는 적당한 사람에게 잘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없는 편애.

 

술도 그다지 과하지 않았고 나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11시 40분쯤 나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12시에 끝내겠다고 했고 그 시간을 대충 맞춘 것으로 보이니 무리하지 않은 송년회였다. 열려있는 커뮤니티의 특성상 조금씩 조금씩 얼굴이 바뀌나 오랜 세월을 보고 지낸 사람들이라 과열되지도 않고 냉냉하지도 않은, 적당히 따뜻한 그런 온도, 그런 분위기다. 내년 이맘 때도 다들 그대로 볼 수 있기를...

 

 

 

 

두번째

 

우래옥으로 정했다가 정기휴일인 걸 알고 급작스럽게 바꾼 장소가 종로 연타발.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방을 예약하지 못했다고 아쉬운 듯 말하나 홀도 그닥 시끄럽지는 않았다. 냄새도 심하지 않았고. 잘 나가는 친구가 삼년째, 아니 그 이상이겠구나, 밥을 사는 송년회.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양, 대창, 등심이었고 다녀본 양미옥보다 더 깔끔한 식당 내부와 밑반찬이 맘에 들었다. 매실주 두 병을 함께 나눠 마시는 술 부족한 송년회. ㅎ 그러나 지현엄마는 우리랑 만날 때만 술 마시는 기회가 된다고 한다. 나는 이제 술 끊는 건 불가능하게 느껴지는데.. -.-

 

상술좋은 식당은 예약한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회사명을 넣어서 출력한 종이를 식탁위에 깔아 놓았다. K**증권 밑에 메뉴를 쪼로록 편집한.. 두 시간여 만에 식사가 끝나고 차 때문에, 기사 때문에 차 한잔 따로 못하고 나왔다. 미리 준비한 선물을 P님과 M 부부에게 주고...

 

 

 

 

송년회, 까이꺼 그냥 얻어먹어도 될텐데 그러지 못하는 건 내 융통성 없는 성격탓인지, 아니면 알량한 자존심 때문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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