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서재
장석주 / 한빛비즈(주)
강북정보문화도서관 / 교보도서관앱
마흔이여, 서재 앞에 서라!
삶을 쉬어가게 하는 책읽기『마흔의 서재』.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활동 중인 저자 장석주가 생에 몸살을 앓고 있는 마흔에게 피로한 몸을 누이고, 인생의 초안을 다시 생각하고, 소중한 이에게 편지를 쓰고 고독과 마주하며 자신을 비우고 채울 공간으로 서재를 권하였다. 저자는 스무살에 시인이 되었고 삼십대에 청담동에 빌딩을 지으며 승승장구했지만, 마흔이 불쑥 질문처럼 찾아왔다고 이야기한다. 마흔 즈음 돌연 서울 살림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 산속 호수 옆에 집을 짓고 2만 5천여 권의 책을 품은 서재를 만들어 다른 생을 열어간 저자의 경험과 지혜들을 고스란히 전한다.
지난달에 읽은 고독의 권유를 쓴이가 이 책도 썼다. 알지 못했던 이를 책을 통해 만나 알게 되고 그의 또다른 책을 읽게 되는 건 나와 닿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로우와 니어링 부부의 삶과 철학을 좋아하는 것, 그리고 자발적 가난을 추구하는 것이 그 닿는 부분이라고 할까.
소로우나 니어링 부부처럼 숲에 들어가 노동을 하고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는 어렵겠지만 이 책의 지은이처럼 숲에 들어가 책읽고 사색하며 글쓰는 것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점이라면 이 책의 지은이는 쓴 글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거고 나는 그것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 -.-;;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한때 꽤 진지하게 고려해 보다가 힘들거라고 단념했던 전원생활이 어쩌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흔의 서재는 마흔 즈음에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허나 쉰이 된 내가 지금 읽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는 게 세월이니까. 조금 늦었다고 해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 남은 세월이 아직도 한참이라. 다만 나보다 나이가 어린 지인들에게는 인생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40대가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일은 그렇지만 생각과 혼자만의 공부, 사색이야 언제든 늦지 않으리.
갈수록 책읽기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 것은 읽는 책을 통해 감동을 받고 그 책 속에서 더 좋은 책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기대를 갖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동안은 읽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자괴감에 책을 읽어야 하나 하는 회의까지 들었으나 요즘은 그런 생각보다는 더 많이 더 깊이 읽고 싶은데 내 知力이 따라주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거기에다가 시력까지 나빠져서 이제는 일을 할 때나 책을 읽을 때나 돋보기를 꼭 사용하는데 내가 죽을 때까지 과연 눈이 잘 버텨줄까 은근히 걱정된다.
마흔의 서재에 나오는 책 중에 제일 반가웠던 책은 '월든'. 지은이가 좋아하니 수시로 언급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고 그밖에 '피로사회', '그리스인 조르바', '엄마를 부탁해', '예언자' 등은 내가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책이라 반가웠다. 그중에서 별이가 고딩 시절에 사달라 해서 사준 '축구란 무엇인가'가 제일!! 반가웠다. 이 책은 별이가 지금도 가끔씩 들춰보는 눈치. ^^ 마흔의 서재를 통해 내 스스로 권유받은 책이라면 '자발적 가난'과 '심플하게 산다' '도덕경' '장자' '노자' 등.. 적어놓은 순서대로 언젠가 읽을 생각이다.
이 책의 분류가 자기계발서로 나온다. 내가 싫어하는. -.- 그러나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많이 다르다. 여러 책을 읽고 깊은 사색을 통해 나온 지은이의 권면이라서일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 중에 읽고 싶은 책도 많았고 좋은 글들이 참 많았다. 북마크 해뒀다가 이곳에 기록해놓으면 나중에 찾아보기 좋은데 너무 많아 다 옮길 수가 없겠다. 그 중에 몇 개만 골라서...
벤자민 플랭클린의 '성공하는 인생을 위해 제안한 13가지의 규범'
(플랭클린은 이것을 '도덕적 완전함에 이르기 위한 담대하고 험난한 계획'이라고 했다 한다.)
절제 : 배부르도록 먹지 마라. 취하도록 마시지 마라.
침묵 : 자신이나 타인에게 유익한 말만 하라. 쓸데없는 대화를 피하라.
규율 :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두어라. 모든 일은 제 때에 하라.
결단 : 해야 할 일은 실천할 것을 결심하고 결심한 일은 반드시 실행하라.
검약 : 자신이나 남에게 이로운 일에만 돈을 써라. 쓸데없이 낭비하지 마라.
근면 :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언제나 유익한 일을 하라. 불필요한 행동을 삼가라.
성실 : 타인을 속여 상처주지 마라. 결백하고 공정하게 생각하라. 말할 때도 그렇게 하라.
정의 : 타인을 모욕하거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타인의 이익을 해치지 마라.
중용 : 극단을 피하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화를 자제하라.
청결 : 신체 의복, 주택을 불결하기 하지 마라.
평온 : 사소한 일이나 피할 수 없는 사고에 흥분하지 마라.
순결 : 성관계는 건강과 자손을 위해서만 하라. 그로 인해 심신이 둔해지거나 약해지지 않도록 하고 자신이나 타인의 평화 혹은 명성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하라.
겸양 :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본받으라
비움으로써 근심이 줄고, 삶은 소박해질 수 있다. 오랜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내려온 뒤 줄곧 고요한 생활을 살고자 했다. 그러나 고요한 생활은 쉬이 얻어지지 않는다. 방해물이 많다. 고요한 생활을 위해서는 인간관계 따위가 단순해져야 한다. 밥 먹고 술 마시고 함께 놀자는 사람의 유혹이 많으면 단순하게 사는 게 어려워진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만 남기고 그 밖의 잉여의 것들은 기꺼이 놓을 줄 알아야 한다.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자연, 시간, 공간, 여유, 건강, 환경 따위이다. 그밖의 것들은 부수적인 것들이다.
혼자 일어나 밥 먹고 그릇들을 치우고 닦았다. 혼자 산책을 하며 명상을 했다. 혼자 책을 읽으며 글을 썼다. 혼자 사는 삶에 최소한도로 필요한 것들만 구하고 물건이 남아 쌓이지 않도록 했다. 많은 것들을 갖고 있으면 생활이 복잡해진다. 생활이 복잡해지면 단순하고 고요한 내면은 애당초 가망 없는 꿈이 되고 만다. 문명시대에 소수자만이 누리는 고요는 사치 품목이다. 누구나 함부로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