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님이 결혼한다.
그동안 물밑으로 진행해오다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으니 며칠 전에 처음 내게 오픈을 하고 그 후로 하루에 한 건씩 새로운 사실을 알린다. P님은 그저 오랜 시간, 수십 년에 걸쳐 협력해서 일하는 사이일 뿐이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빨리 진행된 것과 내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조금 짜증이 난다. 오지라퍼로서 속속들이 알아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 -.-
애들한테는 알렸냐고 물으니 이번 주말에 소개시키겠다고. 한 달도 남겨놓지 않고 지인 중에 가장 늦게 알게 되는 자식들. 평소에도 이해가 잘 안갔지만 요즘은 더하다.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의 입장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좀 이해하기 어려운.. 내게 아빠도 아니고 삼촌도 아니고 오빠도 아니고.. 남의 일이니 괜한 스트레스 받지 말자 맘먹었다.
문제는 어제 초대장 60장을 사가지고 와서 인쇄하게 문구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 청첩장이 어색했던지 초대의 글이라 써 있는 초청장을 사왔다. 그렇다면 초대하는 사람들에게 할 얘기가 있을 거고 그걸 간단하게 글로 쓰면 될텐데 별걸 다 나한테 미룬다. 그녀에게 미루지도 않고 청첩장 견본집을 펼쳐놓고 지금 딜다보고 있다. ㅋㅋ
앞으로는 아무런 잔소리도, 조언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초대장을 전해주는 역할도 하지 말아야지. 초대하고 싶어하는 내 친구들도 직접 전하라고 할 참이다.
이왕이면 잘 살면 좋겠다. 늘그막에 서럽지 않게. 양쪽이 다 욕심을 버려야 잘 살 수 있을텐데 그럴 수 있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