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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크리스마스 선물

 

 

 

지난 25일, 성탄절 예배.

목사님이 설교를 끝낼 즈음에 "자, 이제 선물 교환의 시간입니다" 그러는 거다.

잠깐 무슨 소리지? 생각했다.

지난 주에 뭔 얘기 들은 것도 없는데...

 

"올해까지 몇 년 째 이 시간에 옆에 앉은 사람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해 오라고 했는데 또 잊어버리셨어요?" 하는 거다.

아!! 맞다. 그제서야 작년에도 그랬던 기억이 났다. 작년에는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준비하지 않았다. 아니 주변에 준비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때 목사님이 내년 성탄절에는 잊지 말고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나누자고 했었는데...

이번에도 나는 까맣게 잊었다.

하긴, 이 교회에서 이제 겨우 두번째 성탄절을 맞았던 것이니.

이 교회를 오래 다녔던 사람들도 기억 못한 사람들이 많았는걸.. 싶었으나

내 옆에 앉은, 30대 쯤 되어 보이는 젊은 처자가 가방에서 포장한 선물을 꺼내 주는 거다.

짧은 의자라 그녀, 나, 별이아빠 이렇게 셋이 앉아 있었는데.

준비를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는 거니 받았는데 자그만 거 하나를 더 꺼내 별이아빠에게도 준다.

그 순간 다짐했다. 내년에는 잊어버리지 말고 꼭 여러개 준비해서 옆자리 뿐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나눠주리라..

사실 연말이라 이것 저것 소소한 선물용품을 사들여서 기억만 했더라면 얼마든지 선물할 수 있었을텐데 까맣게 잊었다는 게 참 아쉬웠다.

집에 와서 뜯어보니 시트팩과 천연비누.

얌전하게 선물 내미는 그 처자, 얼굴이 기억 안난다.

워낙 교인 수가 많아 다시 마주치기는 힘들겠지만 만나도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니..

이번에도 선물 준비한 사람보다 못한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은데

잊지 않고 작은 정성 갸륵한 그 처자의 본을 받아 나도 내년에는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줘야겠다.

따뜻한 정성의 시트 팩 세 장을 모두 소비하고 나니 나는 피부미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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