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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오묘하신 조물주






온 몸에 난 수많은 털 한올 한올마다 털을 세우는 기모근(입모근)이 있댄다.

간호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나는 놀라운 신비와 조물주의 지혜를 만난다.

사실, 더 깊이 배워보고 싶은 욕심도 은근히 올라오지만 그러면 내 인생이 너무 복잡해질거라..


이틀 풀타임으로 겪어본 실습은 아직 잘 모르겠다.

부장, 팀장이 모두 오프라서 오리엔테이션도 못했는데 이번 주에는 만날 수 있으려나.

이론을 배울 때는 참 재밌고 즐거웠는데 긴긴 세월 실습을 할 생각을 하니 이제 시작인데도 언제 끝나려나 막막하기만 하다.

일이 익숙해지고 사람들을 사귀게 되면 좀 낫겠지.

그곳 사람들은 모두 나보다 어려보인다. 한참이나.

나보다 그 사람들이 더 불편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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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치른 후 일상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모든 일이 끝나고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한 줄로만 알았다. 

상을 치르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아무렇지 않게, 전과 똑같이 출근하고 밥먹고 만나고 살아가니까.

작년과 올해 많은 친구들, 특히 가까이 해람도 부모님을 잃고 큰 일을 치루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을 보았으나 출장갔다가 돌아온 사람처럼 그렇게 무심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요즘에야 한다. 아빠를 보내드리고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들을 해결하느라, 쫓아다니느라 분주했으며 2015년이 한가할 거라는 예상으로 시작한 공부도 해야 했다. 여러가지 일들을 잘 처리했고 공부도 잘 해냈다. 일상으로 돌아온 줄 알았다.

그러나 책을 읽지 못하고 글을 쓰지 못하며 많은 시간을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며 보낸다. 전에도 검색질하느라 시간을 낭비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필요한 것이 있어서 살 요량으로 찾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살 것도 없고 필요한 것도 없이 배회하다가 아, 내가 왜 이렇게 시간을 보내지? 후회를 한다. 무기력일까.


내 모습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슬픔을 겪은 친구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위로해주지도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몰랐다. 미안하다. 친구들을 위로하지 못했지만 나는 은.미.에게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 몇 통의 메일에 들어 있는 깊은 위로가 고마웠다. 눈물이 나도록. 


이제는 자세를 가다듬고 정신을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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