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날, 건네받은 핸드폰으로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
어쩔 수 없이 밤에 전화로 통보했다. 막내는 중국으로, 2년 계약으로 일하러 갔노라고.
그리고 어제, 교회에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코가 쑥 빠져 있었다. 얼핏얼핏 백치같은 표정을 짓기도 하고 막내 얘기할 때는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요즘 일자리가 없어서 다들 난린데, 중국으로 2년 일하러 파견나가는 게 얼마나 잘된 일이냐, 급하게 나가서 엄마한테 연락을 못했지만, 일산 본사에는 복직할 자리도 없는데. 백수가 되는 것보다는 일단 가보고 힘들거나 돌아오고 싶으면 그때 돌아올 수 있으니까 나갔다... 온갖 거짓말을 섞어가며 말 될만한 소리를 했다.
다리 수술하고 엄마한테 와 있는동안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돈도 좀 주지 못했는데, 입던 옷도 안가지고 갔는데... 들릴락말락하는 목소리로 울음을 참으며 하는 얘기들.
아, 나는 엄마 마음을 몰랐구나.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구나.
입장바꿔서 별이가 사전에 아무런 얘기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얼굴도 못보고 전화 한 통도 없이 브라질로 가는 비행기를 탔고 2년 동안 전화도 못하고 볼 수도, 올 수도 없다고 하면 내 마음이 어떨까. 나는 지금 젊었지만 엄마는 늙어 후년을, 내년을, 내일을 기약할 수가 없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고나니 엄마가 너무 가엽고 마음이 아팠다. 말할 수 없이 착한 아들이, 끝끝내 아픈 손가락이 인사도 못나누고 멀리 가버려 연락두절이 되었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자책, 그렇게까지 일하러 가야 하나, 처자도 없는데 꼭 그리 고생해야 하나 하는 저린 마음..
그래도 실제 상황을 아는 것보다는 충격이 덜할 거라 여기고 2년 계약, 잘 하면 1년 반 정도 후에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말로 막내를 중국으로 보내버렸다. 그곳은 춥지 않냐고, 위험하지 않냐고 자꾸 묻는다. 아빠가 중국갔을 때 추웠다면서.
오늘 아침, 인터넷으로 내일 면회신청을 해뒀다. 9시에 신청을 하고 싶었는데 이미 바쁜 사람들이 선수를 친 바람에 9시 50분에야 예약을 할 수 있었다.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주 4일 근무에 가족들 병원, 법원 등 드나드는 일로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낮에 외출을 하고 내일도 또 하루 종일 비워두는 것보다는 일찍 면회하면 10시 좀 넘어 출근할 수 있겠거니 했는데. 할 수 없지.
어제 오늘 곰곰 생각하다보니 화상면회가 된다는 정보를 본 것 같아 찾아보니 가능한 모양이다. 아직 어느 곳으로 갈지 몰라 당장은 안될지 모르나 안정이 되면 인터넷화상면회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설마, 모범수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엄마랑 같이 인터넷으로 면회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넷면회는 눈치채게 할 수도 있지만 적당히 둘러대거나, 최악의 경우 사실을 알게 된다 해도 얼굴 보는 것이 위로가 될 것이다.
아빠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자식이 엄마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할까 그게 제일 두렵다. 옆에서 보는 내 마음이 이런데 만약 정말로 그렇게 나쁜 상황이 온다면 본인은 그 한을 품고 어떻게 남은 시간을 보낼까. 간절히 바라기는, 엄마도 막내도 건강하게 2년을 지내주기를.. 막내는 2년의 시간이 주는 고난 속에서 많은 깨달음과 성숙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