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사실은 화려한 벚꽃을 보려고 맘 먹었기 때문에 등산하고 진달래 보는 것만으로는 왠지 섭섭하여 저녁 6시가 넘어서 집에서 가까운 꿈의숲으로 슬슬 걸어갔다. 등산 다녀오고 청소도 끝내고 샤워도 끝냈으므로 땀내고 싶지 않아서 슬슬.. 집에서 꿈의숲 후문까지는 15분 정도의 거리인데 얼마나 슬슬 걸었는지 20분이 훨씬 넘게 걸렸다.
벚꽃의 계절인데다가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주로 가족단위, 커플들... 나처럼 혼자 걷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 머쮠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는 것도 아니고, 타인의 눈에 나는 어떻게 비치려나? ㅎ
지난 주에 왔을 때는 진달래 외에는 꽃이 피지도 않았고 공원을 꽃단장 해놓지도 않았는데 이번에 가보니 여기저기 꽃도 심고 단장을 해 놓았다. 꽃을 심어놓은 바구니(?)가 맘에 든다. 이제 좀 더 따뜻해지면 서울의 도로변에도 저렇게 바구니에 꽃을 심어 단장을 해놓을텐데.. 보기에는 좋다.
꾸며놓은 꽃밭 저 너머로 활짝 피어난 벚꽃이 보인다.
이곳은 몇번 들어가 본 곳이기는 한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읽어 보았다. 다른 때는 지금 보는 방향에서 오른쪽에 난 문으로 드나들어서 인지하지 못했는데 지금 사진 찍은 자리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가만... 이 집의 구조가 초등 시절 방학 때마다 놀러갔던 외가랑 똑같은 거라. 맨 오른쪽에 사랑방, 그 옆에 대청마루, 대청마루 옆에 방 두 칸, 그리고 왼쪽으로 부엌과 광.. 그래서 갑자기 이 집이 친근하게 느껴져서 무슨 집인가를 살펴보게 된 것.
후문에서 들어와 오른쪽 편으로 걸을 때는 벚꽃나무가 그다지 크지 않고 조밀하게 있지 않은지 별로 못느꼈는데정문 앞까지 걸어서 왼편쪽으로 돌아 걸으니 벚꽃나무가 주욱 이어져 있어 꽃터널 비스므리한 것이 제대로 볼 만하다. 해가 갈수록 자라날 것이고 수년이 지나면 꽤나 울창한 벚꽃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쪽 방향의 벚나무 색이 유난히 짙다. 검은 나무에 하얗게 직접 피어난 것이 너무 예뻐서 찍었는데 초점이 맞지 않았다. 아무래도 DSLR 카메라를 사야 할까보다 하고 목수, 연장탓을... -.-;;
집에서 여섯시가 넘어서 출발했으므로 공원을 한바퀴 돌고나니 슬슬 해가 지려고 하고 공원에는 어깨높이의 등, 발등 높이의 등이 있어서 불이 들어온다. 아, 따뜻한 느낌...
몇년 전에 K라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가정이 있었다. 광나루역 근처에 있는 소개받은 분이 직접 지었다는 그집에 갔을 때 마당에 낮은 등이 있었다. 직접, 자기 가족에게 맞게 지은 집이고 꾸며놓은 정원이라 어찌나 아기자기하고 예쁘던지. 나도 그런 집을 짓고 살고 싶었는데... 갑자기 그 집 생각이 났다.
어두워지면 불빛은 따뜻하다. 휘황찬란한 도시의 네온사인과 대낮처럼 밝은 조명 아래에서는 따뜻함을 느낄 수 없는데 반해 이런 한적한 곳에 작은 빛은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고향 같은...
좀 더 어두워졌을 때 다시 찍은 아래 사진은 초점이 맞지 않아 느낌이 좋지 않다. 다음에 또 저녁시간에 산책을 나가서 좀 더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봐야겠다. DSLR이 필요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