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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장애인의 날 2

나랑 상관없게 느껴지던 장애인의 날이 아득히 먼 내 옛날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더니 가까이에서 들은 또 하나 이야기가 생각난다.

별이아빠는 교회에서 얼마 전부터 작은 봉사를 하나 맡았다. 소망부 교사. 내가 다니는 교회는 강북에서 비교적 큰 교회로 장애인이 드리는 예배가 따로 있는데 누군가의 권면에 따라 그곳에서 봉사하기로 결심한 별이아빠는 두번인가 세번인가 주일마다 교육을 받고 책도 한 권 읽고 에세이도 한 편 써서 내더니 교사자격을 얻었다고 소망부 예배에 봉사하러 다닌다.

전에는 오전 10시 예배를 드리고 집에 돌아오면 12시쯤 끝이 나지만 봉사를 시작하고부터는 오전 9시 30분까지 가야 하므로 9시에 집에서 나가 소망부 예배를 돕고 12시에 자신의 예배를 드리고 오면 오후 2시쯤 끝나는 것으로 일요일 일정이 바뀌었다.

별이아빠의 말에 의하면 소망부 교사가 하는 일은 한 명의 장애인을 맡아서 함께 예배드리고 예배가 끝나면 장애인을 맡겨놓고 다른 곳으로 예배를 드리러 간 보호자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호자에게 인계를 하면 끝난다고 한다. 교사가 맡는 장애인은 매번 바뀌는 게 아니라 한 번 정해지면 계속 그 아이와 함께 예배를 드린다고 하는데 무심하게 흘려듣는 내게 별이아빠는 소망부 예배에 다녀올 때마다 그날 있었던 일과 느낌을 감동스럽게 말하곤 한다.

자신이 맡은 아이는 서른이 다 된 키가 크고 마른 청년인데 직장도 다니고 어느정도 대화가 통한다고 하면서 얼마나 해맑고 순수한지 모르겠다고 하는 얘기를 여러번 한다. 또 봉사하는 분 중에 바쁘다고 자주 못오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이 맡은 아이는 24살에 키가 185, 체중이 100키로 정도 나가는 아이로 그 교사가 나오지 못할 때마다 별이아빠가 그 아이도 맡는다는데 어찌나 힘이 센지 악수할 때도, 손깎지 끼고 짝기도 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짝기도가 뭐냐 물었더니 예배가 끝날 무렵 자기가 맡은 장애인과 둘이 손을 맞잡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는 시간이라는데 흔히 손깍지를 끼고 하는 모양이다.

나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어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인지, 연령대는 어떤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대체로 청년 그 이상의 사람들인 것 같았고 지적장애인, 언어장애인이 많은 것 같았다. 말은 다 알아들으면서 표현하지 못해서 소리를 지르고 의자를 두드리고 손뼉을 친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듣고 그 분위기가 조금은 공포스럽지 않을까, 왜소한 사람이 100킬로 거구가 뛰고 소리지를 때 제지할 수 있을까, 도와줄 수 있을까 염려가 되는데 별이아빠는 내 염려와는 다르게 그 봉사가 좋다고 한다. 예배를 드린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소란스럽고 정신없지만 대부분 순수하고 맑다고, 짝기도할 때도 어찌나 간절하게 손을 꼬옥 모으고 기도하는지 본받고 싶다고 한다.

교회 안에서 소망부 교사로 봉사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쉽게 듣는다. 그만큼 어려운 일일 것이다. 별이아빠가 소망부 봉사를 시작한다고 할 때 나도 그런 염려를 했는데 생각보다 별이아빠가 감동받으면서 봉사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잠깐 한 두시간 돌봐주는 것도 힘든데 그런 아이들을 보호하는 부모는 얼마나 힘이 들까 말하기도 하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무조건 두려워하거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24살 아이의 교사가 오랜만에 왔는데 예배 전에 잠깐 얼굴만 보여주고 가버리는 바람에 그 아이가 마음이 상해서 심통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가 무슨 일이 있어서 자신을 떼어놓고 가면 버리고 간양 느끼는 것처럼 그 아이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면서...

좀 힘이 들더라도 별이아빠가 지금처럼 감동받으며 소망부 봉사를 계속했으면 좋겠다. 별이아빠를 통해 전해지는 감동이 내게도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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