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상계동 덕분이
극단 신화 / 창조아트센터 / 인선이 / ★★★☆☆
상계동 덕분이를 봤다.
지금은 잠시 - 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알지만 - 떠나와 있지만 내 집이 있는 동네, 서민들의 동네 상계동. 그곳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 서민의 삶에 대한 연극이라 해서 기대를 갖고 인터파크에 기대평 올린 것이 당첨이 된 덕분에 덕분이를 봤다.
내가 본 공연이 첫 공연이었다. 오랜동안 호흡을 맞춰온 공연보다는 시작하는 공연이 아무래도 매끄럽지는 못하므로 이 공연도 그랬는데 게다가 설정이 노래방이라 노래방기기 조작판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조명이 꺼져도 어슴프레 무대가 보였다. (캄캄한 곳에서는 작은 빛도 대단했다.) 무대장치를 옮기고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모두 보여서 좀 아쉬웠다.
마초같은 철없는 아버지 두식은 한방을 꿈꾸며 노래방은 제쳐두고 무도장 사업을 하겠다고 나돌아다니고 그런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는 두 딸의 도움을 받아 노래방을 운영한다. 아아... 나는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다. 뭐. 그런 인간 말종같은 남자가 세상에 한 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인간을 기대하고 사랑하는 덕분이가 답답해서... 결국 두식은 꽃뱀같은 여자에게 사기를 당해 노래방마저 쫓겨나게 되었는데 꽃뱀과 함께 노래방을 접수하러 온 폭력배의 칼에 덕분이 찔리고...
결국 노래방에서는 쫓겨나오고 상계역 출구 앞에서 '덕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라는 노점을 개업한다. 두식은 정신차리고 큰 딸과 함께 노점에서 장사를 시작하고 휠체어를 타고 나온 덕분과 둘째딸, 큰딸과 결혼하기로 한 노래방 손님 김사장, 노래방건물 주인 등 모두 모여 개업잔치를 벌이는 것으로 끝난다.
아, 연극 중간에서야 큰 딸이 돌아온 싱글임을 알게 되었는데 배우가 얼마나 이쁘고 날씬하던지... 그냥 결혼하지 않은 딸로 생각하면서 연극을 보다가 좀 당황했었다. 외모로만 판단한 나도 잘못이지만 맡은 배역에 충실하게 분장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예쁜 외모에 찰랑거리는 머리, 머리에 꽃은 헤어핀 등등. 덕분에 나는 큰 딸의 배역에 집중하지 못하고 예쁜 그 여자에게 집중하고 말았던 것이니...
기대가 컸었는지 몰라도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은 연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