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7 금 눈오다가...
M
어제, M 덕에 호사스런 저녁을 먹고 소주 몇병 값의 와인을 마시고 무엇보다 생전 처음 가본 조선호텔.. ㅎㅎ 여유있음 좋지. 가끔씩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도 하고..
어제 사장님이 식사하는 도중 살짜기 내게 말하기를 사장님이 계산을 하겠다고 M에게 얘기했더니 M이 카드 있다면서 자기가 낸다 했다고 한다. 뭐, 그럴 수 있겠지. 다섯이 먹은 저녁 식사비가 대충 40여만원쯤 나왔을텐데.. 자기 돈으로 사기는 쉽지 않은 일, 그럴 거라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그렇다고 고마운 것이 달라질 건 없다.
M부부와는 오래전부터 알아왔다고는 해도 우리가 친해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년사이. 내 형편이 좋을 때, M의 형편이 좋지 못할 때 우리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으므로 내가 M에게 밥한번 산 적도 없는데 내 형편이 나빠지고 M의 형편이 좋아질 즈음 조금씩 가까워지다가 최근 몇년 사이에 가깝게 지낸다. 물론 우리는 마음의 부담이 있다. 똑같이 주고 받지 못하므로.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인 줄 알면서도 그래서 거리를 두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는데 그런 내색을 은근히 해대는 우리에게 계속 손을 내밀고 다가오는 사람 M. 사람들은 대개 자기보다 나은 사람과 친분맺기를 좋아하고 최소한 자기랑 비슷한 사람과 또래맺기를 좋아하거늘 지금도, 또 앞으로도 자기보다 나아지지도 비슷해지지도 않을 것 같은 우리에게 정성을 들인다.
그래, 사장님 말대로 제 돈으로 사는 거 아니라고 해도 - 그러면서 사장님은 은근히 과소평가하는 - 맺고사는 많은 인연가운데 연말의 소중한 하루 저녁, 시간낼 사람이 없어서? 카드로 저녁사줄 사람이 없어서? M 말 그대로 한다면 신세갚을 사람이 없어서? 그 부분에서 나는 고맙게 생각하고 또 M의 그런, 보통 사람과는 다른 기준으로 사람을 대하는 면을 보고 그의 성품을 판단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 부분이 그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 보통 사람이 평가할 때 - 만들어 주는 원동력일지도...
안맞는 부분도 많다. 우리랑 코드가 다르고 보는 시각이 많이 다르니까. 그래도 M의 먼저 손내밀고 다가오는 부분 때문에 우리는 계속 함께 가게 될 것 같다.
M과의 화제
어제의 화제는 K의 19일 행사에 참석할 것인가 였다. 지현엄마는 절대 가지 않겠다 하고 M은 가고싶지 않은데 가야 할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다. 나는... 나는, 가야한다는 생각이지만 얼굴 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러므로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내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 뿐. 전부터 관계를 계속 이어가자는 K 부부의 말에 나는 큰 행사가 있을 때나 보고 살겠다고 했었으니까 가긴 가야지. 별이아빠는 단순히 누나의 칠순과 겹친다는 사실만 고민거리인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별이아빠의 심중을 아무도 헤아리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얼마 전, 별이아빠가 K의 도움 요청을 받아들여 두 번 가서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듣고 M 부부가 모두 놀란다. 지현엄마는 이해가 안된다고 하고 M은 도움을 청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 말한다. 나는 모르겠다. 그 심중을.
어쨌든 어제 식사하면서 많은 시간 그 이야기를 했고 도움을 주러 두 번씩이나 갔다온 마당에 큰 행사에 말없이 참석하지 않는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요 며칠새 K의 전화로 내게 두 번 전화가 걸려왔지만 내키지 않아서 받지 않았는데 아마 그 행사 때문에 전화를 하는 것 같다. K의 아내가 전화나 문자할 때마다 받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 K의 전화도 받지 않았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혹시 K의 아내가 K의 전화로 내게 전화한 건 아닐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지..
어쨌든 아무도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어제.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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