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초에 까페 친구들이 사준 선물, 중고 TV. 우리집에는 TV가 그것 뿐이다.
PDP니 LCD니 LED니 크고 좋은 TV도 많고 그 TV를 파는 전자상가가 우리 동네에만도 서너 군데는 족히 있지만 새로 사지 않는 이유는 그 TV를 집에 들여놓는 순간 TV에 빠지게 될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 (맞다. 솔직히 돈이 엄따. -.-;;)
내가 마지막으로 본 드라마가 내남자의 여자였다. 집에 TV가 없던 별이 학창시절, 사무실에서 다운로드까지 해서 본, 그 드라마가 얼마나 나를 우울하게 했는지... 내 다시는 드라마 보지 않으리!!! 결심을 하고 그 후로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물론 별이아빠는 나와 다르다. 드라마도 좋아하고 예능도 좋아하고 스포츠도 좋아하고... 연예인도 요즘 나오는 애들까지 뚜르르 꿰고 있다. -.- 별이아빠가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는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일찌감치 잔다. 쿨쿨~
주중은 그렇다 치고 문제는 주말, 그것도 혼자 있는 시간인데... 주말에 집에 있다가 심심하면 TV를 켜보기도 하는데 드라마 피하고 스포츠 피하고 재미없는 거 피하다보면 볼게 없는거라. 채널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홈쇼핑 채널에 눈이 가서 어느새 보고 있을 때가 많다. 가끔 개그프로에서 홈쇼핑 풍자하는 거 보면 마지막 기회, 매진, 끝 이라는 말 많이 하더니 정말 그렇더라. 계속 보다보면 정말 사고 싶은 생각이 든다. 꼭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가격도 퍽 싼 느낌이다.
그래서 지난 봄에 등산복 세트를 샀다.-.- 그것도 내 것, 별이아빠 것, 두 세트나.. 점퍼 한 장 값도 안되는 16만 여원에 한 세트라니!! 하면서..
그러다가 얼마 전 주말에 구이용 판 길쭉한 것을 파는데 보니 삼겹살, 스테이크, 해물 등등 뭐든 구워먹기 좋아 보인다. 저걸 사가지고 별이 면회를 갈까??? 하고 생각을 하다가 충동구매라는 사실에 참았는데 그 방송이 끝나고 이어서 글라스락을 판다.
아, 글라스락... 환경호르몬 어쩌고 할 때 내가 사려다가 비싸서 선뜻 사지 못한 그 유리그릇. 이따시만큼 큰 것을 네 개를 끼워준다는 둥, 자동주문전화로 하면 처넌을, 일시불로 결제하면 삼처넌을 할인해준다는 둥. 고민 고민 고민...
사도 되는 이유
1. 전부터 사려고 했던 것인데 기회가 좋잖아~
2. 환경호르몬 염려 안해도 되잖아?
3. 덤으로 주는 큰 그릇에 고기 재고, 장어 담고, 과일 담아서 별이 면회 때 가지고 가면 좋겠다~
사면 안되는 이유
1. 언제 집에서 뭐 제대로 해먹기나 하냐? 네가 그릇을 산다고 하면 남들이 비웃는다. -.-
2. 필요한 만큼만 마트에 가서 사면 되지 저 많은 거 쓰지도 않을텐데 어쩌려구?
3. 쓰던 그릇들은 다 버릴래?!
고민, 갈등하다가 결국 31피스 글라스락을 질러버렸다. 팔만원도 안되는걸 까이꺼 뭐~ 이럼서.. 스트레스받는게 싫어서 드라마는 안보는데 그러다보니 가끔 홈쇼핑을 보면서 충동구매를 하게 되네. 오프라인 쇼핑은 귀찮아서, 온라인 쇼핑은 머리아파서 중독되지 않는데 TV 홈쇼핑은 중독될 수 있겠더라. 이해가 가, 홈쇼핑 중독..
이제 드라마도 홈쇼핑도 모두 보지 말아야겠다. 아니 TV 근처에 얼씬도 말아야겠다. 그런데 전부터 맘먹고 있던 거 딱 한가지만 더 사고 난 다음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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