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5 월 맑음
어제 사우나에서..
별이 아빠용 샴푸를 살 때 딸려온 샘플용 샴푸로 머리를 감고
또 하나 후면을 읽어보니 린스가 아니라 헤어팩이란다.
이건 어떻게 하는거지?
사용방법을 보려니 글자가 안보인다. 샘플이 제법 큰 것이었는데도..
멀리 보고 가까이 보고 조명등 바로 앞에서 보고 안경을 닦아 쓰고 보고...
감조차도 안잡힌다.
대충 린스쓰듯이 쓰고 말았는데 좀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늙어가는 거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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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신우 사장님이 오셨다.
차마 무슨 병이었냐고 묻지는 못하고 커피는 안좋을 것 같아서 호도율무차를 한 잔 타 드렸다.
자리에 없는 P님 나이를 묻더니 자기랑 같다고 한다. 내 알기로는 김사장님이 한 두살 적은 줄 알았는데.
어쩌다가 아이 얘기가 나왔다.
하나라고, 이제 군대 가야 한다고 했더니 약한 모습 보이지 말고 강하게 키우라고 하신다.
당신이 아이들을 너무 나약하게 키운 것 같다고, 그래서 지금도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하시면서.
용돈 없으면 나가서 돈 훔칠까봐 넉넉히 주고 돈 떨어져서 밖에 안나가면 우울증 걸려 폐인될까봐 용돈을 주고... 하하
솔직히 입밖으로 내지 않아서 그렇지 어느 부모나 그런 염려를 하는가보다.
어제저녁, 오늘 계속 별이놈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아침 출근길에 별이아빠에게서 애 빨리 군대가도록 재촉하라는 얘기를 듣고 염려중이었는데
마침 김사장님 오셔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다.
어쨌든김사장님은 다 결혼시켰고 이제 손주까지 있으시니 할 일 다 하신거지 뭐. 일을 마친 분들이 부럽다.
김사장님이랑 거래한 지도 어느새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저녁 한 번 같이 한 적이 없다.
지난 해 아파서 한동안 못나오셨을 때도 병원에 계실때는 몰랐기 때문에 가보지도 못했고
나중에 나오신 후에도 겉치레 인사조차도 하지 않았다. 마른 모습에 마음이 짠하기는 했어도.
그 분도 일은 꼭 나를 시켜야 안심이라고 말씀하시는, 나를 확실하게 믿어주는 분이고
나도 그 분은 모든 면에서 신사인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많이 사무적으로 대했는데 몇년 전부터는 내가 다정하게 말한다.
가족, 친지, 친구가 아닌 거래관계에서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개인적인 친분을 맺지는 않았을지라도
따뜻한 눈빛과 마음이 오고 가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참 그런면에서 복있는 사람일게다.
이 삼십 년 이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그닥 많은 편은 아니지만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 이미 고인이 된 분들도 여럿 계시고 연세드셔서 일을 그만 둔 분들도 계시지만
관계를 맺고 함께 일했던 모든 분들이... 다 좋은 분이었다.
김사장님이 꼭 완전히 회복되셨으면 좋겠다.
이제 연세 많아서 얼마나 더 나랑 인연을 이어갈 지는 모르지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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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에게 문자가 왔다, 방금.
나쁜사마리아인들..
오래 읽었다는 거 보니 오래 걸렸다는 얘기같다.
두어 번 더 읽고 싶다는 경제서. 요즘 예스24에서 할인행사하던데하나 주문해볼까..
퇴근해야겠다.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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