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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애매한...

1,

며칠 전 퇴근길 전철에서의 일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잡지를 읽으며 가는데 전철안에 사람은 많지 않았고 미아역 쯤에서내 바로 앞에 앉은 사람이 일어났다. 늘 하던대로 좌우를 살펴보니 나보다 나이든 사람이 주변에 없으므로 내가 앉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며 앉았다.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아, 내 눈에 임산부가 보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 배가 불룩한 임신부가 서 있는 모습이. 엉덩이도 가볍게 얼른 일어나서 이쪽에 앉으라고 말했더니 그 임신부,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는데 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한번 더 양보를 해도 괜찮다고 극구 사양하기에 도로 자리에 앉아서 보니 분명히 칠, 팔개월은 되었음직한, 서서 가기에는 힘이 들만한 임신부였다. 그런데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내가 양보하는 거에굉장히 당황해 했다는 사실이다.

대개 그만한 임신부들은 좀 미안한 표정으로 앉거나 곧 내릴 거라면 간단하게 괜찮다고 하고 마는데 그 임신부는자연스럽지 않게 많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두어 정거장이 더 지나 그 앞에 자리가 나니 얼른 앉는다.

생각해보니그 사람은 임신부로 오인할 만큼 살이 찐 사람이었을 뿐 임신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살이 좀 찐 사람을 보고 임신 칠, 팔개월은 되었을 거라고 예상했던 모양이다. 내 눈썰미가 그렇게 안좋은가? 에휴. 내가 임신을 안해본 사람도 아니고... 내 예상이 맞는다면(생각할수록 확신이 든다.) 그 여자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살이 좀 쩠다는 이유만으로 임신부로 오인을 받고 자리양보까지 받았으니. 그 여자에게 너무 미안하다. 혹 옆에 아는 사람과 같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랬다면 정말 보통 미안한 일이 아닌데..

2.

그러고 나서 한 주일 쯤 지났을 것 같다.

지난 일요일 교회가는 전철에서 아는 분을 만났다. 그분은 내 왼쪽 옆에 앉았고 오른쪽 옆에는 별이가 앉았다.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데 중간에 여자 둘이 탄다. 그날 날씨가 좀 쌀쌀했고사람들은옷을 따뜻하게 입었다. 우리 앞에 선 여자 둘 중에 한 사람이 아무래도 배가 좀 나온 것 같다. 외투가 좀 두터워서 임신부인지 좀 뚱뚱한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자꾸만 봐도 임신부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며칠 전에 큰 실수를 한 상황이라 또 실수를 하게 될까봐 차마 일어나지지가 않는다. 아는 분에게 귓속말로 물어봤는데 글쎄, 잘 모르겠단다. 다행히 교회까지는 가까운 거리라 곧 내리기 위해 일어났고 두 여자가 앉았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 여자가 임신부였을까 아녔을까?

임신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거, 당연한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행이지만 한 번 실수를 하고 보니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그날 자리양보했던 그 여자에게 정말 미안하다. 에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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