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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올드

 

내가 좋아하는 '올드'는 나쁜 점이 딱 하나 있는데 그 하나의 나쁜 점이 아주 치명적이라는 게 문제다. 내 수준에서 비싼 술값. -.-

그래도 워낙 이곳을 좋아해서많은 친구들과 함께 모일 때를 제외하고 두 서너 대여섯 명 정도가 만날 경우에는 한번씩 가게 된다. 워낙 오래된 곳, 나 또한 충무로에 있은지 오래라 충무로로 나를 찾아오는 내친구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가본 곳이다.

지난 금요일에 친구들이 모였다. 예정에 없던.

날씨도 좋고 가을도 깊어 일찍 만날 수만 있다면 낙엽지는 고궁이나 남산을 산책하는 것도 좋을텐데 다같이 매여 사는 인생이 그럴 수는 없어서 해저문 뒤에 남산 아래쪽 충무로의 어느 도가니찜 집에 모여 앉았다.

이건 찜이 아니라 탕이라는, 전골이라는 요리전문가들의 타박을 들으며 먹은 도가니찜. 이름이야 어떻든 맛있게 먹었다. 유명세처럼 정말로 맛이 있는 것인지 친구들과 모여 앉아 한 잔 나누며 먹는 거라 맛이 있는 것인지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조금 더 시키자는 의견을 묵살^^;;하고 딱 인원수에 맞춰서 시켜먹고 나중에 소면을 넣어 먹었는데 그 소면 맛이 참 좋더란 말이지. 2차를 위해 배를 채우지 않으려 수를 쓴 것인데 소면 덕에 우리 모두는 이미 배가 만땅 채워졌다.


그리고 어디로 갈까 잠깐 고민했다. 머릿속으로는 올드를 생각하면서도 한 번에 올드! 하고 외치지 못했던 것은 오로지 올드의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었다.

제일 중앙의 편안한 자리가 우리 여섯 친구가 앉기에 딱맞는 자리였다. 좌우에 다른 테이블 없이 오로지 우리만 아늑하게. 한 친구가 들어오면서 사온 수제 소시지를 올드에서는 먹기 좋게 접시에 담아내줬다. 올드가 그런 서비스 정신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소시지와 맥주 그리고 음악, 거기에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이제는 사진을 통해 나이듦을 확인하기 싫어지는 때, 인증샷으로 단체사진 대신 단체 손 사진을 찍고 또 다른 좋은 날 다시 만나기로 하고 11시가 훨 넘어서 올드를 나섰다.




멀리 사는 친구 셋을 먼저 보내놓고 남은 셋이 간 곳은 내가 평소에 눈여겨 봐둔 충무로 또 어느 곳.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은 극비에 부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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